
▲홈플러스 물류창고에 차량이 입고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경쟁 대형마트들이 지난해부터 주력해온 차별화된 생존전략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소비 침체 장기화와 이커머스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레거시(정통) 유통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된 것으로 인식해 지난해부터 주력해 온 매장 리뉴얼, 신선식품 중심의 그로서리(식료품)사업 강화 등 혁신경영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파산신청이 아닌 회생신청인 만큼 홈플러스는 기존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모두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홈플러스 연중 최대 할인행사 '홈플런'도 오는 11일까지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CJ푸드빌, 신라면세점 등 외식·유통업체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후폭풍이 일면서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사태가 과도한 차입경영 등 홈플러스 내부 요인도 있지만 소비침체 지속, 이커머스 성장 등 대형마트의 사업환경이 악화된 영향도 큰 만큼 홈플러스 사태를 대형마트업계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총 179조1000억원으로, 이 중 온라인 업체의 매출이 50.6%(약 90조6000억원)를 차지해 전통 유통강자들이 포진해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백화점을 비롯해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은 전년대비 각각 1.4%, 4.6% 4.3%씩 매출이 성장했지만, 대형마트만 유일하게 매출이 전년대비 0.8%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 1위 이마트는 지난해 대형마트 사업에서만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위 롯데마트(롯데슈퍼 포함)는 전년대비 36.2% 감소한 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같은 업계 상황을 반영하듯 홈플러스는 물론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지난해까지 꾸준히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여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업계는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기 위해 그로서리(식료품) 강화 등 매장 콘셉트 차별화를 비롯해 온라인 채널 활성화, 물류 시스템 확대 등 대형마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를 포함해 올해 3곳 오픈, 2027년까지 추가 3곳 오픈 등 지난해까지의 매장 수 감축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확장 기조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고물가 시대에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 새로 여는 점포의 상당수는 트레이더스로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지난 5일 발표한 그룹 성장전략에서 “트레이더스가 대형마트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인 결정적 한 방이었다"고 밝히고 “트레이더스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를 푸드마켓, 몰 타입 매장 등 차별화된 매장 콘셉트로 꾸준히 늘려 '고객이 일부러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롯데마트는 전체 면적의 80~90%를 식료품으로 구성하고 신선·조리식품을 강화한 '그랑그로서리'를 콘셉트로 구축, 그랑그로서리 매장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매장의 80%를 식료품 매장으로 구성한 롯데마트 천호점을 서울 강동구에 개점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경기 구리시 롯데마트 구리점을 신규 오픈할 계획이다.
또한, 상권 맞춤형 비식품 콘텐츠 강화 전략도 병행, 키즈카페, 스포츠시설 등 상권에 따라 고객 수요가 높은 전문 매장을 입점시켜 고객의 매장방문을 유도하고 체류시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홈플러스의 위기가 단기적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업계 전체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매장 콘셉트 차별화, 이커머스와 경쟁하기 위한 물류인프라 확대 등 생존전략 마련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