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외화 유출입 규제를 손보는 등 외환보유액 관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4년 9개월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내려 앉았기 때문이다. 규제 합리화를 통해 외환유출입을 적극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외화 유출입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추가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으로 나타나는 외환수급상 불균형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금융·외환시장은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 및 주요국 대응, 지정학적 요인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기 및 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예의주시해달라"고도 당부했다.
특히 이른바 '서학개미'(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입이 크게 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부담을 높이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흐름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이는 작년 12월 발표한 외환수급 개선방안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4092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전월 대비 18억 달러 줄어들었다. 4년 9개월 만에 가장 적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자신한 바 있다. 불과 두 달 만에 이 총재가 제시한 '선'을 밑돌게 된 것이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 스와프(교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주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관세 전쟁이 상반기(1∼6월) 내내 환율 변동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4000억 달러도 곧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가 확대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렸다. 외환 스와프란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에 필요한 미국 달러를 시장이 아닌 외환보유액에서 빌린 뒤 나중에 되갚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달러 수요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빌린 만큼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앞으로 외환 시장에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의해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급등하면 외환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