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광호 금융부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편안을 두고 의료계·법조계·보험업권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에서 연달아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한 정치권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개혁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보험 시장의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으나,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치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속도감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상반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에 달했던 탓이다. 전체적으로도 2022년 117.2%, 2023년 118.3%, 지난해 상반기 118.5%로 오름세다.
비급여 시장이 2023년말 20조원 규모로 형성되는 등 급증하는 것도 언급된다. 가입자의 65%가 보험금을 한 푼도 수령하지 못한 반면, 수령 상위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받은 것도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일부가 받는 혜택이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탓이다.
작년 3월 한달간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진료비만 19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이번 개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진료 항목의 비용도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병행진료 급여를 제한하고,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기부담률을 90% 수준으로 높인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추진하는 까닭이다. '보험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무릅쓰고 이번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장기간에 걸친 보험료 조정으로 부담이 커진 1~2세대 가입자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보험사의 책임을 묻는 의견도 상당하다. 상품을 설계할 당시 이같은 변수를 계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법'을 쓰지 않는 이상 예측하기 힘든 사항이 많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피부과 진료와 도수치료를 결합한 것이 예시로 꼽힌다. 오히려 이를 근거로 '사정변경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도 가능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 과잉진료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수가 정상화를 우선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번 개혁의 필요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수가를 올린다고 해도 통원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입원으로 돌리는 등 보험금 과다청구를 막는다는 보장은 없고, 의료계의 수익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다른 가입자와 의료인들도 '사슴 사냥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다같이 협력해 사슴을 잡는 대신 눈 앞에 있는 토끼를 쫓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사슴은 사슴대로 놓치고 토끼도 얻지 못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 다같이 토끼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을 뜻한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와 보험업권 및 의료계가 의정갈등이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고 모여 허심탄회하게 해결책을 논의하고,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한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