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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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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 진흥책 실효성 거두려면 원천기술 확보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7 14:53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딥시크 이후 정부 AI 정책 의의·한계 심층분석

딥시크, 인식전환 계기…논의 무게중심 옮겨

고급 인재 육성·유망기업 지원책 필요성 강조

“정책 이행 총괄할 전담기구도 마련해야” 제언

안정상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사진=안정상 교수 제공

“정부의 인공지능(AI) 진흥책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최고 수준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 수반요건이라 할 것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는 17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 강국 진입을 위해선 국가 차원의 원천기술 개발과 유망기업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중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 이후 정부와 여야, 산업계가 관련 산업 육성책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책부터 AI 기본법 보완 방향, 인프라 확충 방안 등 미래 전략이 쏟아졌다. 그동안 AI 후발주자로 분류되던 중국이 딥시크를 계기로 존재감을 부각함에 따라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교수는 딥시크 등장을 위기가 아닌 AI 모델과 정책을 혁신시킬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으론 인식전환을 꼽았다. 기술 개발 논의의 중심축을 해외 모델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에서 차세대 고성능 모델로, 이를 뒷받침할 정책 방향을 규제에서 진흥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딥시크 사례는 국내에도 저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차세대 모델 개발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딥시크가 촉발한 인식전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AI 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및 민간부문의 투자 유치 활로 개척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과기정통부의 R&D 투자 규모는 총 6조3214억원으로, 지난해(5조2167억원)보다 1조1047억원(21.2%)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의 투자 규모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캐나다는 2조4000억원, 프랑스는 5년간 35조원, 유럽연합(EU)은 300조원 규모의 AI 산업 진흥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 마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에는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 상응하는 AI 기술 R&D 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편성하고 지속 증액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AI 기술 주도국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중심으로 추진 중인 응용 서비스 개발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강력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AI 기업들은 우수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응용 서비스를 개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정부는 인재 양성과 기술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AI 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지원 방향으론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선순환 구조 마련 △컴퓨팅 파워가 부족한 우수 스타트업 지원 △AI 서비스 대기업-스타트업 교류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벤처캐피털(VC) 및 엔젤투자자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양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간기업 영역에선 오픈 이노베이션 경영전략을 통해 대기업은 자금·설비 등을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기술·지식을 활용한 '윈윈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정부 자산으로 구입하되, 운영은 경험 많은 민간 전문기업에 위탁하는 운영방식을 통해 우수 AI 스타트업에 GPU 장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응용 서비스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에이전트 AI→피지컬 AI' 진화·발전 선도 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해외 기술 차용 및 협업 전략은 적은 비용으로 단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보유국에 종속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정책을 총괄할 전담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문공무원제와 대통령실 소속 AI 수석비서관을 도입하고, 과기정통부를 부총리급 기관으로 승격하는 한편 차관보급 AI 실장을 두는 조직 개편 등이 핵심이다. 또한 국가기술 R&D를 주도하는 '국가AI중앙연구원'을 설치해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미 세상은 AI 시대로 진입했다. AI는 향후 범용기술 또는 범용적 핵심기술로써 타 기술, 산업·비즈니스·제품과의 융합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 중단없는 AI 기술 개발 우선 정책을 추진해 '퍼스트 무버' 각축 대열에 진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영역에서 기술 강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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