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 산업부 기자
“투자가 완료된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아 질의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드리지 못할 것이 염려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를 앞두고 돌연 중국 출장을 떠나며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입장에 따라서 해석이 분분하다 대체적으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급작스런 회생신청이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구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자구 노력이나 채무재조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MBK가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고려아연 측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MBK 측은 과거 수많은 기업의 인수 과정에서 지속적인 말바꾸기를 진행해왔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가 기업을 장악한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해 경쟁력을 훼손하더니, 이후 최종적 매각이 어려워지자 법정관리로 단숨에 손을 떼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MBK 입장에서도 변명거리가 없지는 않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홈플러스가 매장 등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갚아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로 보인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홈플러스 입장에선 입지가 우수한 알짜매장을 팔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 셈이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사태와 그에 따른 온라인 이커머스 활성화로 인해 홈플러스는 미처 손 쓸 틈이 없이 악화됐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아야만 순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도 저마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지 홈플러스처럼 신속하게 기업회생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향후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최근 비철금속 업황 등을 고려하면 넘어야할 난관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난관에 부딪쳐 크게 흔들릴 때에 경영을 책임져야할 MBK가 '투자가 완료된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라며 고려아연을 나 몰라라 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