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희 기후에너지부 기자.
역대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될 '경북산불'이 지난달 진압된 이후 산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여러 주장이 나온다.
일부 환경단체선 산림청이 불에 잘타는 소나무를 인위적으로 심어서 문제라고 한다. 반대쪽에선 환경단체 반대로 산림의 길인 임도를 못 만들어서 산불을 끄기 힘들었다고 한다. 인력·장비 부족은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다. 잔가지 등 산불을 키우는 연료들이 산림에 즐비해 숲가꾸기로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리는 있어 보이나 주장을 계속 듣다보면 자신들과 관련된 조직의 영향력을 키워달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산림청을 부로 승격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임도를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는 산림부가 된다고 환경단체 반대를 뚫고 임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와 산림청 위상이 함께 커지면 저절로 부 승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산림청의 산불 진화 업무를 소방청으로 이관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는 산림청 규모를 축소시키고 대신 소방청 힘을 키울 수 있다. 산불 진화의 주인공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 아닌가.
일부 환경단체는 임도 건설, 숲가꾸기, 인공 산림조성 등으로 생태계를 건들지 말고 최대한 보전하자며 산림청을 압박하는 시도도 보인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산불의 외부효과, 즉 탄소배출에 따른 피해가 제대로 파악 및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산불로 희생된 주민, 동물과 고생하는 공무원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연예인들의 기부행렬에 박수를 친다. 그러나 대도시에 거주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산불은 나와 상관 없는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산불은 결코 우리와 상관 없지 않고 한반도 온실가스 농도를 높인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글로벌 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30만톤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했고, NDC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온실가스 한톤이 아쉬운 상황이다. 산불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발전(전환), 산업, 건물, 교통 등에서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한다.
현재 국내 배출권 가격대인 톤당 만원을 적용하면 230만톤은 약 230억원의 가치를 갖는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처럼 10만원대로 오른다하면 230만톤은 2300억원가량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대표발의한 탄소중립법 개정안이 눈에 들어온다.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의 사회적 손실을 정부가 산출해 공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불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손해액이 집계되고 이를 온 국민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면, 지금보다 산불 대응을 위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장마철까지는 멀었고, 산불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