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로고
애플,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수익을 내고도 매출·영업이익 등을 축소 신고하는 꼼수를 부리며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치 혼란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이와 관련 강경한 규제안을 내놓기는 힘들어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인텔코리아 등 6개사의 최근 회계연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4439억5920만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세는 총 1313억9407만원을 냈다.

▲미국 빅테크 한국 법인 최근 회계연도 기준 실적 및 법인세 납부 내역.
각 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법인 수익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2023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매출액 7조8376억3700만원을 올렸는데 매출원가를 7조2267억8100만원으로 잡았다. 전체 매출의 92.2%가 원가였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기와 비교해 매출이 4%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다.
미국 본사 상황은 다르다. 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50%대, 영업이익률은 30%대에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영업이익을 3013억1300만원냈다. 영업이익률은 4.2%에 머물렀다. 애플코리아가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은 2022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나왔었다.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작년 1~12월 매출액 737억9635만원, 영업이익 222억6078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해 법인세로 중소기업 수준인 54억1369만원을 냈다. 문제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올린 광고 수익이 9545억2514만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광고 '매입비용'으로 9055억1527만원을 잡아 광고재판매수익이 490억987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2023년 기준)는 매출액이 8233억4278만원이지만 영업이익이 120억5208만원에 불과하다고 신고했다. 법인세는 36억1754만원만 냈다. 돈은 전액 OTT 서비스 구독 멤버십으로 벌었는데 '멤버십 구매대가' 등 매출원가가 6959억6036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설립 이후 계속해서 납세 현황이 불투명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 특성을 활용해 국내 법인 수익성을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3년 기준 매출액 3652억7556만원, 영업이익 233억9109만원을 벌어 법인세로 155억1931만원을 냈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은 구글코리아 매출액이 연간 1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명확한 조세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수년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앱 마켓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싱가포르 법인쪽으로 처리하는 꼼수를 막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구글코리아는 2023년 종업원 급여 명목으로만 1700억원을 지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7월~작년 6월 매출액 1조4911억8594만원, 영업이익 693억3792만원을 기록했다. 법인세는 191억6616만원 냈다. 인텔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518억6603만원, 영업이익 156억433만원을 올려 법인세 51억5737만원을 납부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법인세 회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서비스 기업 특성상 수익성을 명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구글이 운영하는 '인앱결제' 매출을 알기 힘들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 큰 고민은 현재 글로벌 정세상 우리나라가 빅테크들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각국에 '협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기업을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소비 국가지만 지난해 서비스수지에서는 2930억달러 규모 흑자를 냈다. 인도의 경우 최근 글로벌 IT업체들을 규제하는 내용의 '구글세'를 폐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