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날 B2B 분야 외형을 더욱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히며 HVAC를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LG전자가 성장을 위한 새 먹거리로 B2B 사업을 낙점하고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관세전쟁'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B2C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각 시장에 맞는 판매 체계를 구축해 2030년까지 해당 분야 매출액을 작년 대비 2배 가량 늘린다는 게 업체 측 목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22조7447억원)을 올렸다고 밝히며 그 비결로 '구독'과 'HVAC'를 꼽았다. 지난해 말 전담 조직 ES(Eco Solution)사업본부를 출범하고 수주 활동에 주력했는데 이에 따른 성과가 나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1분기 HVAC 사업에서는 매출액 2조5890억원, 영업이익 33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조원 가량 벌어들인 HVAC 매출을 2030년 2배 이상 키운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B2B 분야 외형을 더욱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B2B 사업 핵심은 HVAC와 자동차부품 사업인데 2030년 매출 규모를 20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지 완결형 체계'를 꾸준히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조 사장은 “HVAC 분야는 지난 4년간 연평균 12% 가량 성장했는데 기후, 건축방식, 주거행태, 규제 등을 감안한 완결형 체계를 구축한 게 그 비결"이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R&D)부터 판매까지 현지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우선 실력을 꾸준히 쌓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 공장, 빌딩·학교·공공기관을 위한 상업용 에어컨, 가정용 에어컨,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솔루션 등 포트폴리오를 갖춘 상태다. 최근에는 기존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며 사업의 규모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른 기업과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작년 9월 동원산업과 에너지 절감 및 탄소 배출 저감 솔루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동원로엑스 경산 물류센터에 고효율 HVAC 솔루션을 공급해 4개월간 약 60t의 탄소를 절감했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구내식당,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단체 급식 시설 등에도 콜드체인시스템을 공급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사업 확장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AHR 엑스포 2025'에서 첨단 히트펌프 컨소시엄 소속 교수들과 함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여기서 토론한 내용을 더 많은 고객과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와 팟캐스트도 운영 중이다.
일정 수준 성과도 나고 있다. 최근 일본 등 경쟁 업체를 누르고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HVAC 솔루션 계약을 따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축구장 약 9개 크기와 맞먹는 규모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약 584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2028년에는 61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각광받는 다양한 사업이 HVAC와 연계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열관리 솔루션으로 초대형 냉방기 칠러(Chiller)가 주목받고 있다. 물류센터, 식품 공장, 스마트 양식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수요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차별화된 핵심 부품 기술력을 적용한 고효율 HVAC 제품으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까지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