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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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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후 어느새 5년…HD현대로보틱스 상장 타이밍 고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3 10:17

동종업계 상장사 기업 가치 급락
쪼개기 상장 여론의 비판도 부담

HD현대로보틱스

▲자동차 용접 과정에 투입된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HD현대로보틱스가 물적 분할 후 5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심사가 완화되는 상황에서도 상장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경기 위축으로 동종업계 상장사의 기업 가치가 크게 낮아져 기업공개(IPO)의 실익이 크지 않는데다 자칫하면 '쪼개기 상장'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HD현대그룹이 올해를 고집하기 보다는 향후 경기가 활성화되고 로보틱스 사업을 영위하는 동종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제고된 시점에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부터 물적분할 5년룰 벗어나

13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IB업계와 함께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올해가 HD현대로보틱스가 물적분할된 이후 5년이 경과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한 신설 자회사를 5년 이내에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가 충분한 주주 보호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을 심사하는 '물적분할 5년룰'을 시행하고 있다. 상장 대기업이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5년룰에 저촉될 경우 한층 상장적격심사가 까다로워지는 탓에 대부분 기업들은 분할 5년 후 상장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2020년 5월 물적분할로 신설된 HD현대의 자회사다. 모회사인 HD현대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만큼 그동안은 5년룰의 영향을 받아왔으나 다음달부터 당국의 규제망을 벗어나게 된다. 당장 상장이 급격히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작업 추진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경기 위축으로 HD현대그룹이 원하는 기업 가치를 산정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 1년 만에 기업 가치 반토막…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도 악조건

우선 HD현대로보틱스와 매우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의 기업 가치가 최근 크게 떨어진 것에 영향이 크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2023년 말 17.15배였으나 지난해 말 8.42배로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두산로보틱스 이외에 HD현대로보틱스와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중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PBR 23.78배)를 제외하면 현대로템(2.65배), 두산에너빌리티(1.5배), 두산밥캣(0.6배) 등의 기업 가치가 최근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울러 거래소의 심사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실제 HD현대의 자회사이자 HD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지난해 상장하면서 이 같은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만약 올해 HD현대로보틱스도 상장하게 된다면 HD현대가 물적분할한 자회사 두 곳이 2년 연속 연달아 상장하는 것이기에 여론과 HD현대 소액주주들의 비판이 훨씬 거세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재계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이 올해보다 내년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라도 시장 상황이 급변해 HD현대로보틱스의 기업 가치가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상장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는 양호한 수익성 기록하고 있지만 결국 원하는 기업 가치를 받기가 어렵고 쪼개기 상장 논란의 우려로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보다는 내년 이후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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