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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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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관세·AI 겹악재에 휘청…삼성 스마트폰 ‘반격의 시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4 15:01

트럼프發 관세 혼선에 생산비 부담 커진 애플, AI 기능 논란까지

중국 벗어난 삼성, 관세 유예로 시간 벌고 AI 경쟁서도 우위 확보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관세 유예 조치와 AI 기능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며 반격의 기회를 포착한 반면, 애플은 이중 관세 부담과 AI 광고 논란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한 모습이다.


◇ 애플 '이중 관세' 현실화 우려…관세 유예·중국 리스크 없는 삼성 유리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조치는 관세 예외가 아니다"라며 “해당 제품들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의 적용 대상이며, 단지 다른 범주로 분류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가올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는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긴급 조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불과 이틀 전인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각서를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고,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아이폰 생산량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된 애플은 이번 조치로 인해 20%의 펜타닐 관세에 추가로 품목별 관세까지 겹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망 이전도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공급망의 10%만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약 3년의 시간과 300억달러(약 43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중국에서 생산을 대부분 철수하고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왔다. 2022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약 2억2400만대 중 절반 가까이를 베트남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삼성은 일정 수준의 시간적 여유도 확보했다. 물론 품목별 관세 부담은 남아 있지만, 애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스마트폰 선행 생산을 확대해 유통 채널에 물량을 미리 공급할 수 있고, 전 세계 8개 생산 거점 간 생산 조정의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AI 마케팅 논란 휘말린 애플…삼성은 AI폰 주도권 확보

중국 상하이 애플 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16.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애플 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16. 연합뉴스.

AI 기능을 둘러싼 경쟁에서도 삼성전자가 한 발 앞선 모습이다.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국내 사전 판매량이 130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중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전작 대비 사전 예약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했다. AI 기능을 한층 강화한 점이 소비자 선택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 S25에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비주얼 AI'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AI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측면의 AI 버튼을 길게 누르면 자동 실행되는 이 기능은, 카메라 화면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과 응답을 제공하는 '제미나이 라이브'를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25 시리즈가 2016년 출시된 S7 이후 9년 만의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AI 기능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실제 기능의 대부분은 내년 이후에야 제공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더 개인화된 시리' 등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 접수된 소송에서는 “광고한 AI 기능이 실제로 제공되지 않았다"며 사기 및 계약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아이폰16 구매자에게 인당 최대 15만6000원의 보상이 필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도 서울YMCA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삼성과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시장조사업체 마다 출하량 집계 결과가 엇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정책 변수인 '관세'와 기술 변수인 'AI' 모두에서 삼성이 다소 유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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