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롤러코스터 타는 봄철 날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0 11:02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기상학회장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 (전)한국기상학회장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 (전)한국기상학회장

계절적으로는 봄철이 분명한데, 요즘 외출할 때가 되면 가볍게 입어야할지 아니면 두껍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포근해지는가 싶었던 날씨가 돌변하여 한겨울로 돌아가 버리는가 하면 바로 초여름으로 직행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구정 연휴의 강한 한파 이래로 열흘이 멀다 않고 롤러코스터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그 탓에 중부지방에서는 만개를 앞둔 벚꽃이 강한 비바람에 낙화하면서 따스한 봄기운에 활짝 핀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던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특히 일주일 전 주말에 한반도로 유입된 강한 한기의 내습은 강풍과 함께 비와 눈을 동반함으로써 기상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4월 중순의 서울지방 적설을 기록하게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양쯔강 이남에는 최악의 황사와 모래바람이 불어 닥쳤고 네이멍구 등 중국북부에는 때아닌 폭설과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봄철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제트류의 변동의 빚은 주기적 강수현상


일반적으로 봄철은 기온 등 날씨의 변화가 다른 계절에 비하여 큰데, 그 이유는 매년 이맘 때 한반도 상공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제트류의 변동에서 찾을 수 있다. 제트류는 남북 간의 온도차에 의해서 중·고위도에 발생하는 강한 편서풍의 흐름인데 제트류가 흐르는 방향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위치한다. 제트류는 일반적으로 뱀이 기어가듯이 남북으로 사행하기도 하는데, 파동 모양의 제트류가 봄철에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우리나라는 제트류의 남쪽과 북쪽에 번갈아 놓이게 되면서 따뜻한 날씨와 추운 날씨를 잇달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는 곳은 대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비나 눈이 내리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봄철에는 기온의 변동과 더불어 매우 주기적으로 강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제트류 파동에서 구불구불하게 남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지나치게 늘어나다가 본류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서 독립된 소용돌이로 분리된 후, 오랫동안 거의 제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소용돌이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고립된 저기압으로 본류인 제트류로부터 분리된 저기압이란 의미로 분리저기압이라고 하며 떨어져 나왔다고 뜻에서 절리저기압이라고도 한다. 이 저기압은 원래 북쪽의 찬 공기로부터 분리되어 남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한랭저기압이라고도 한다.




한랭한 성질을 가진 분리저기압은 많은 경우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저기압의 상층에 위치한 매우 찬 공기가 하강기류를 유도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급격한 대류활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발한 대류활동은 천둥과 번개 그리고 강풍 등을 동반한 요란한 강수를 유발시킨다. 지난 주 초에 때늦은 추위와 더불어 적설과 강풍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 주범이 바로 이 분리저기압이다.


심해지는 봄철 변화...원인은 온난화와 PDO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영역에 대한 지난 40년 동안의 봄철 기온의 변동을 조사한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지역 기온의 일변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 지역 봄철 기온의 일변화가 과거에 비하여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의 온난화는 특히 저위도보다는 극지방의 기온을 더 높이는데 이로 인해 중위도 지방에서의 남북 간의 온도차이가 감소하여 제트류가 약해지면서 구불구불한 제트류 파동의 사행진폭이 커지기 때문에 분리저기압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북극지방의 기온 상승률은 전지구 평균기온 상승률의 4배에 달할 정도 매우 가파르다. 이에 따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제트류가 한반도에 걸쳐 놓이는 봄철에 기온변동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태평양의 중앙과 서쪽의 해면온도가 수십 년을 주기로 평년보다 높았다 낮았다를 반복하는 PDO(태평양십년진동)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 현상이 북태평양 기압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2000년대 들어와서 현재까지는 이 지역의 해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해면온도의 변화가 이 지역에 기압배치를 변화시켜 봄철 한반도의 기온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기상위성을 활용하여 지구의 곳곳을 탐사하기 시작한 기간이 고작 PDO의 한 주기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짧기 때문에 관측되는 봄철 기온변동의 증가 원인에 PDO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기후변화와 더불어 PDO와 같은 자연적 변동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에너지 전력망과 여러 산업에 부정적 영향


봄철의 이상 한파나 난동은 여러 산업 분야에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특히 기후변동에 민감한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개화기나 초기 과실형성기를 맞은 사과, 포도, 복숭아와 같은 과실수에게 이 시기의 이상 한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른 봄의 이상 난동은 식물의 조기 발아나 개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그 후에 기온이 내려가면 싹이나 꽃이 죽어 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봄철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에너지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난방과 냉방 사이의 급격한 전환은 에너지 전력망에 예측 불가능한 부하를 가할 수 있다.


예견된 온난화의 가속화와 국가차원의 대응은


제트류 파동에서 남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본류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분리저기압이 되지만, 반대로 북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떨어져 북상을 하면 분리고기압이 된다. 분리고기압은 분리저기압과 반대로 이상 난동과 가뭄이나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문제는 구불구불한 제트류 파동에서 분리저기압이나 고기압이 떨어져 나갈지 여부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떨어져 나갈지 등을 최소한 몇 주 앞서서 예측하는 것은 지구유체의 비선형성과 카오스적 성질 때문에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과학적 근거에 의해 마련된 미래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 보며 이에 따라 봄철의 기온 변동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지고 이상 기상현상도 더 빈번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인과 사회 차원의 대비는 물론 국가 차원의 대응과 적응 정책의 적절한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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