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윤호

kyh81@ekn.kr

김윤호기자 기사모음




ASML·엔비디아도 직격탄…반도체 실적에 ‘통상전쟁’ 반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0 11:26

관세 불확실성에 ASML 수주 급감…반도체 투자 심리 위축
美 대중 수출 규제에 엔비디아·AMD 타격…TSMC·삼성은 비축 수요로 선방

ASML 로고. 연합뉴스.

▲ASML 로고. 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전쟁 격화가 반도체 업계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체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별도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퍼지고 있다.


ASML, 수주 급감…“관세 불확실성 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인 ASML은 올해 1분기 수주액이 39억4000만 유로(약 6조3000억원)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8억2000만 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또 ASML은 올해 2분기 매출 총이익률을 50∼53%로 전망하면서,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망치 범위를 평소보다 넓게 잡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관세 발표로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상황은 한동안 역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사인 만큼 ASML 실적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즉, ASML의 수주가 기대를 밑돌면 고객사들이 예상보다 수요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설비 투자를 보류하거나 미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ASML도 네덜란드에서 최종 조립한 장비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부 품목에 필요한 부품 등을 수입할 때 관세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SML의 신규 수주는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 투자 기조, 계획 지연에 따라 전 분기 대비 급감했다"며 “반도체 장비·부품 관세 우려로 전방 수요 위축 가능성도 언급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AMD, 中 수출 막혀 수조원 손실 전망

엔비디아. 연합뉴스.

▲엔비디아. 연합뉴스.

AI 반도체를 이끄는 미국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을 새로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으로 포함하면서 수출 장벽을 높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발생할 손실을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예상했다.


AMD도 AI 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엔비디아·AMD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는 이 여파로 최근 급락했다. 1분기에는 규제 시행 전 수요가 몰리며 호실적을 냈지만, 2분기부터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TSMC·삼성, '비축 수요' 덕분에 호실적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관세 시행 전 비축 수요로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분기 순이익이 3616억 대만 달러(약 15조7000억 원)로 전년 대비 60% 급증했다. 블룸버그 예상치 3468억 대만 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결과 TSMC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출시 효과와 D램 출하 증가로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6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메모리 부문에서 전 분기의 관세 부과 전 출하 증가에 따른 '기저 효과'로 출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메모리 수요가 선반영되면서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