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손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북스캐너 ES-580W(왼쪽)와 비즈니스 스캐너 DS-C490 이미지.
엡손, 캐논, 브라더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문서 스캐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디지털전환 등 수요가 생기며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엡손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에 문서 스캐너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평판, 휴대용, 급지평판형, 급지형 등 4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B2B 영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엡손은 대표 제품 'ES-580W' 등을 통해 B2C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북스캐너 ES-580W는 책, 문서 등을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험생·학습자에게 한층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e북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에 4.3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돼 PC 연결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엡손은 지난해 국내 문서 스캐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45.8%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캐논의 추격도 거세다. 캐논은 지난 2월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사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단면 기준 분당 50매, 양면 100매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하다. 일 권장 사용량이 최대 9000매에 달해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고객 니즈에 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캐논은 신제품에 스캔 시 백지 용지를 자동 감지해 저장하지 않는 기능, 자동 흑백·컬러 검지 기능, 원고 기울어짐 보정 기능 등을 장착했다.

▲캐논이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한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
브라더는 지난해 휴대용 무선 스캐너 2종을 한국에 선보였다. 최소 1.37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캔 속도를 A4용지 기준 최대 30ppm/60ipm으로 높여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스캔 및 저장·공유 작업이 가능하다.
문서 스캐너 시장은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세부적인 특성이 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성장세는 분명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문서 스캐너 시장이 60억1900만 달러(약 8조55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107억6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라고 계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시장 크기는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결은 '디지털전환'이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가 없는) 시대를 맞아 프린터 수요는 줄지만, 반대로 스캐너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 업무가 가속화되며 시장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각종 자료를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경우에도 스캐너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이 예고된 곳이지만 앞으로도 과실은 일본 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프린터 사업부를 HP에 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복합기, 프린터 등으로 유명한 신도리코를 제외하고는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체 기술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캐너 시장은 성장성이 보인다 해도 이미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아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이미 확보해둔 (일본) 업체들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