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힘스 CI
선박 블록 기자재업체 현대힘스가 경영권 매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을 등에 엎고 최근 6개월 동안 기업 가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덕에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대주주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조선업 호황이 매각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HD현대가 현대힘스 인수 우선협상권을 포기한 것처럼 원매자들이 조선업 호황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몸값에 부담을 느껴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제이앤PE는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 절차를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힘스 주가 최근 6개월 만에 84.76% 급등
현대힘스는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이 설립한 국내 1위 선박 블록업체다. 기관실 블록, 중앙부 블록, 구상선수, LPG 탱크의 선박 기자재 등을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사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힘스는 지난 2019년 제이앤PE에 매각됐다. 당시 제이앤PE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과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한 후 특수목적법인(SPC)인 허큘리스홀딩스를 세워 현대힘스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1월 현대힘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제이앤PE는 현대힘스 상장 당시 설정한 1년 동안의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됐으며 인수에 활용한 펀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매각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펀드는 이달 만기가 다가왔으나 1년 추가 연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가치를 보더라도 지금이 매각 적기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상장 첫날 2만9200원을 기록했던 현대힘스 주가는 차츰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1월 초 958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과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조선산업의 호황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급등하기 시작했다. 최저점에서 지난 22일 종가인 1만7700원으로 84.76% 급등한 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매각가 3500억원 예측도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힘스 지분이 1871만7000주(지분율 52.88%)임을 감안하면 22일 종가 기준 가치가 331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3500억원 이상의 가격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원매자들은 6개월 만에 주가가 급등한 탓에 현대힘스를 당장 매입하기보다는 주가 하락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6개월 이전만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입 장벽이 높은 조선산업의 특성상 원매자 풀이 한정돼 있고 이들이 과다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
실제 HD현대가 현대힘스 재인수를 포기한 것도 너무 높은 몸값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힘스의 2대 주주(지분율 20.97%)이자 매각 당시 인수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내부 논의 끝에 현대힘스 우선협상권을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앤PE는 펀드 만기라는 시간 제한이 있는 만큼 원매자들과의 협상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자칫 매각 협상이 지연될 경우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엑시트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산업 호황이 양날의 칼로 작용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힘스는 매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할 상황이나 원매자들은 주가 하락을 바라고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길 원할 것"이라며 “다만 제이앤PE가 이미 현대힘스로 이익을 많이 본 상황이라서 매각가를 다소 낮추고 신속하게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