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는 모습.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에 나타난 결과라 앞으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상호관세 여파 등이 더해지면 올해 성장률은 1%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 2월 예상했던 0.2%보다 0.4%포인트(p)나 낮아졌다.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1분기 1.3% 성장 이후 2분기에는 -0.2%로 후퇴했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지난 1년간 실질적인 성장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민간소비(-0.1%), 정부소비(-0.1%), 건설투자(-3.2%), 설비투자(-2.1%), 수출(-1.1%)이 모두 감소했다.
두 달 전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것에 대해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됐고,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잇따라 발생한 (대형 산불 등) 예상치 못한 사건의 부정적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등도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수 부진은 1분기 성장률을 -0.6%p나 끌어내렸다. 전분기(-0.2%p)보다 더 악화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전체 성장률을 0.5%p 낮췄고, 올해 1분기에도 0.4%p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건설투자가 경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며 주요 자재 가격이 상당 부분 올랐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명동거리 한 상가가 비어 있는 모습.
민간소비도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높고 고령화의 진전 속도가 빨라지며 소비가 둔화되는 구조적인 요인에 더해, 코로나19 당시 급증했던 내구재 소비의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국장은 “내수의 경우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기준금리 인하 효과, 조기 대선 관련 예산 집행,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 의지 등으로 2분기는 1분기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3%로 전분기와 같았다. 이 국장은 “수출 통계를 보면 미국 상호관세 영향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 경기 부진 영향이 더 커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은이 성장률 전망 하향을 시사한 만큼 내달 29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보다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연간 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하는 0%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낮췄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수출데이터에서 대미 수출 악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 내수 반등 지연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0.7%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추경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면서도 “현재 언급되고 있는 규모로는 추경을 도입해도 1% 성장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구간에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고, 의회는 추가 증액을 시사했다"고 했다. 그는 “6월 대선 전후 2차 추경이 예상되며, 규모에 따라 내수 회복 수준이 좌우될 전망"이라며 “다만 예상되는 1차 12조원, 2차 30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에도 수출 부진 심화와 제한된 내수 회복에 0%대 성장률 진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