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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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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해킹’ SKT “유심 무상 교체” 제시했지만 고객 불편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5 18:12

SKT, 유심 무상 교체·보호 서비스 등 대책 마련했지만

해킹 경로·피해 규모 등 밝혀진 바 없어 실효성 의문

유심보호서비스·해외 로밍 한동안 병행 불가 예상

일각에선 ‘임의 탈퇴 후 불법 복제’ 우려도 적잖아

금융권도 선제적 조치…본인인증 절차 복잡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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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가 유심(USIM)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불법 복제하는 모습을 챗GPT로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챗GPT

최근 대규모 데이터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이 고객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보호서비스는 여전히 해외 로밍 서비스와 함께 이용이 불가능한 데다 사고 원인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서비스를 통해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겠냐는 취지다.


사고 이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유심 교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 매장에선 재고 품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인 인증 과정에서 SKT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막고 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SKT, 유심 무상 교체 카드…유심보호서비스·FDS 기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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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유심(USIM)을 교체하는 모습. 사진=모두의 요금제 모요(MOYO) 제공

25일 통신·금융업계 등지에 따르면 SKT는 오는 28일부터 전국 티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유심정보 불법 복제를 통한 금융자산 탈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유심은 모바일 기기에 꽂아 쓰는 작은 칩으로, 통신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식별·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전화번호 및 통신 서비스 이용 권한 등 정보를 담고 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당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정확한 해킹 시점과 규모, 유출 정보의 종류, 2차 피해 발생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가입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티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여야 하며 교체 횟수는 1회로 한정된다.


아울러 지난 사고 발생 이후 오는 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선 별도 환급할 방침이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회사는 또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 관리하는 한편, 유심복제를 방지하는 유심보호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사이 유심보호서비스에 206만명이 신규 가입했다.


로밍 서비스와 병행 불가 한계…일각선 “안심하지 않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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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고객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이용자 유심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사측은 유심 교체를 근본 대책으로 보고 있다. 기술·서비스 결합을 통해선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 규모 및 해킹 경로, 원인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고도화만으로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심보호서비스의 경우 최소 이번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는 해외 로밍 서비스와 병행이 불가능해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다음달 안으로 로밍 중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어서 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약 닷새 뒤인 다음달 1일부터 6일 사이 근로자의 날·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겹친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이 많은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심보호서비스도 안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이 신청하면 서비스가 가입 또는 취소되는 구조로, 악의를 가진 해커라면 임의로 서비스를 탈퇴한 뒤 유심 정보를 불법 복제할 수 있어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대리점 혹은 직원을 통해 서비스를 탈퇴한 뒤 복제폰을 만들어 공격할 수 있어 서비스 가입만으론 부족하다"며 “이용자 스스로도 주요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교체하고,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발걸음 늘며 유심 재고 품귀 현상…이용자 불편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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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매장에 부착된 유심(USIM) 카드 재고 소진 안내문.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유심 교체로 걱정을 일부 덜어낼 수 있지만, 매장 내 재고 이슈가 변수다. 사전에 교체를 완료한 고객에게도 환급을 해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이미 보유한 유심이 모두 소진된 곳도 있다.


이날 서울 내 티월드 매장 곳곳에서 '매장 내 유심카드가 모두 소진됐으니 다른 매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자수 기준으로 2300만~2400만장에 달하는 물량을 한 번에 공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예약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T 이용자 최모(55)씨는 “유심 교체를 위해 집 근처 매장을 벌써 두 곳 정도 방문했는데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음주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면) 이 기간엔 유심보호서비스를 탈퇴하고, 여행을 다녀온 후 재가입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SKT를 통한 개인 인증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본인 인증 절차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KB라이프생명·NH농협생명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SKT와 SKT 알뜰폰 인증을 제한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T 이용자는 휴대폰 외 다른 수단으로 대체 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공인인증서 등을 재발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장별 혹은 시점별로 유심 수급 이슈가 발생할 순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심 재고를 확보 중"며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의 경우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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