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장하은

lamen910@ekn.kr

장하은기자 기사모음




상지건설 ‘반값 할인’에도 유증 대참사…정치 테마에 올라탄 ‘껍데기’ 급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9 10:41

반값 할인보다 소중한 9거래일, 묻지마 투자의 민낯

실적·재무·신규 수주 '성장 모멘텀' 빈약…우려 가중

상지

▲상지건설의 최근 3개월 추가 추이. [사진=한국거래소]

상지건설이 정치인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약 한달 만에 1200% 급등했다. 주가는 상승 가도를 달리지만 정작 곳간 상태는 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과 재무활동을 통해 유입된 현금의 5배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에만 쏟아 부은 데다, 당분간 빚을 내지 않고서는 현금을 확보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주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외면을 당한 수준으로 처참했다.


자금 조달 카드로 꺼낸 유증…일반 구 주주 2%만 참여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지건설이 지난 7~8일 진행한 주주배정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과 청약률은 5.32%에 그쳤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기존 주주 청약률과 합쳐도 12%에 못 미치는 결과다.


전일 상지건설 종가가 4만4300원임을 고려할 때, 공모가 2만2850원은 사실상 '반값 세일'이었다. 그럼에도 일반공모에서 청약률이 5%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은 향후 주가가 지금 주가의 반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22일로, 향후 9거래일이 남은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그 사이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셈이다.


상지건설의 유상증자의 목적은 운영자금(834억원)과 채무상환자금(80억원) 마련이다. 상지건설이 당초 조달하려던 자금 규모는 운영자금 120억원과 채무상환자금 80억원이었다. 하지만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주식 수 증가와 신주 발행가액의 변동으로 총액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당초 5000원이던 신주 가격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2만2850원으로 약 360% 비싸졌다.


일반공모에 앞서 진행한 구 주주 대상 청약 결과도 일반공모와 마찬가지로 처참했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기존 주주 참여율은 2%에도 못 미쳤다. 앞서 지난달 28~29일 진행한 구주주 대상 공모에 참여한 기존 주주는 총 5.85%였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 참여율이 3.94%였고, 일반 주주는 1.91% 만이 참여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주 가격이 정치인 테마주로 주목 받기 이전 가격의 몇 배가 되는 수준인데, 무엇보다도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곳간은 비어 가는데, 주가는 끝 모를 급등세…“'묻지마 투자' 결과물"

상지건설 주가는 지난달 1일 3400원에서 이달 8일 4만43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13배 올랐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테마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급등세에 의구심을 내비치는 한편, 테마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묻지마 투자'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과 재무적인 요인, 전망 등 어떤 면을 보더라도 현재와 같은 주가 상승은 비이성적인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상지건설은 앞서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이 후보 테마주로 묶이며 상승세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의 초고속 상승은 아니었다.


그 때와 같은 점은 주가 상승과 달리 회사는 역대급 마이너스 성장세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 후보 대선캠프에 상지카일룸(옛 상지건설) 사외이사가 영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움직였던 2021년, 상지건설의 영업이익은 -1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기준 최근 4년간 최대 마이너스 폭이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지건설의 영업이익은 2020~2021년 마이너스에서 2022~2023년 개선을 나타내다가 지난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이 마이너스 폭은 최근 7년 중 가장 큰 폭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가장 컸던 2021년 -113억원과 견주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을 알 수 있는 대표 지표도 나빠졌다. 2022년 말 현재 24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23년 113.2%까지 크게 낮아졌으나, 작년 128.4%로 다시 확대됐다. 총차입금 의존도도 47.6%로 전년 42% 대비 5.6%포인트 늘었다.


차입 규모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현금성 자산이 전년 430억원에서 89억원으로 341억원이나 줄었다. 영업활동(36억원)과 재무활동(53억원)에서 벌어들인 현금의 약 5배에 달하는 430억원을 투자에 사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통상 중소형 건설사가 투자 활동보다 영업 현금 확보와 채무 관리에 집중한다는 점을 대입하면 특이한 자금 활용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년 간 매출원 단 하나…신규 수주도 '불투명'

분양매출 현황도 외부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지건설의 주요 매출처는 분양공사(빌라·오피스텔)와 도급공사(빌라·오피스텔)다. 상지건설의 최근 3년 간 분양 관련 매출은 논현 카일룸 M 분양공사 밖에 없다. 논현 카일룸의 경우 총 88세대 중 85세대가 이미 분양된 상태다. 즉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분양매출이 발생할 요인이 없는 셈이다.


이밖에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은 오는 9월 완공예정인 한남동 라스코 더 맨션 연립주택 신축공사다. 다만 현재 라스코맨션 공사 진행률은 17.25%이며, 100% 분양률을 기록해도 176억원 수준이다. 분양 공사 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군부대 전기공사인데, 남은 계약잔액은 6억원(2024년 12월 말 기준) 수준이다.


상지건설도 유상증자 공시를 통해 재무적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신규 수주 실패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상지건설은 “신규분양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향후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고, 손익 측면에서는 공사매출과 관련한 원가율 관리 실패 가능성 등의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규 분양프로젝트 연기와 신규 수주 실패 등으로 향후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대규모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건설 업황 자체도 어둡다. 최근 건설업계의 줄도산 우려가 재무 여력이 비교적 나쁘지 않은 중형사로도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연이은 부도로 인해 건설사들의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투자심리 악화로 비우호적인 조달환경이 이어짐에 따라 건설사의 안정적인 재무적 대응능력 확보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