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후순위채 상환 강행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재무건전성을 두고 다소 높은 수위로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어렵게 감행하는 콜옵션이 오히려 매각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당국 불허에도 콜옵션 결정…매각에 '득보다 실' 되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롯데손보는 5년 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
롯데손보 지난 8일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현재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는 중으로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법령상 불가하다는 당국 제지에 예탁결제원도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정상 완수는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롯데손보는 앞서 자본건전성 악화를 예상한 금감원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콜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이에 당국은 즉각 다시 반박에 나서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 저하로 인해 조기상환 요건을 미충족한다'며 사실상 이를 불허했다.
롯데손보가 이같은 역풍을 맞으면서도 후순위채 상환에 나서는 건 결국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이하 JKL)의 이익과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이 막히자 회사 자체 자금으로 후순위채를 상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자본증액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유상증자 등 대주주의 추가 수혈 없이 매각 및 수익 실현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매각 협상력이나 시기 면에서도 이득일 수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외형상 부채를 감소시켜 재무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가 있다. 차환 리스크나 콜옵션 미행사에서도 자유로워지기에 매각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콜옵션 행사로 인해 킥스비율 감소 등 당장 건전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으나 단기적인 실적이나 투자수익 실현에는 가까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사 중 이례적으로 당국과 갈등을 빚은 사태로 번지면서 매각에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수위를 높인 상황이기에 실제 적기시정조치 등을 시행할 경우 경영권 제한이 걸려 매각 협상 조건에서 롯데손보 측이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금감원과의 공개적 갈등 및 재무 이슈가 부각되면서 앞으로도 금융업을 영위해야하는 보험사로서 이미지와 신뢰도에 치명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의 평가 절하는 인수가격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콜옵션 행사 후 자본 보강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기에 실제 재무적으로도 상당한 자본관리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인수자 측면에선 자본 증액 규모가 커지게 돼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롯데손보는 현재 상황과 입장에 대해 “콜옵션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당국과 공방에 커진 파열음…JKL 추후 사업에도 영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콜옵션을 완수한다고 해도 이전부터 이어진 당국과의 대내외적인 갈등이 JKL의 추후 사업이나 엑시트 전략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손보 인수엔 당국 승인이 필수적인데, 꾸준히 재무 지표의 취약을 문제삼아 온 당국으로선 인수 심사에 미온적일 수 있고 이는 매각 성사에 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에서 당국은 여러차례 '법규 위반'과 '금융업의 본질'을 짚으며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고유자금을 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금융쪽에 종사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핵심적인 준수사항 위반을 강행하는 건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주주인 JKL이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금융업 포트폴리오의 철수까지도 각오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당국이 이번 사태로 주인이 PEF인 점 등 지배구조를 지적했기에 향후 금융기관 M&A를 추진하는 데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규제기관인 금융당국이 향후 PEF의 금융사 인수 시 받는 심사에 까다로워질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당국과의 '화해 모드'를 당장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금감원이 “자본 확충은 기본자본 위주로 됐으면 한다"며 직접 수혈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다수 출자자(LP)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사모펀드 특성상 추가 증자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인수 과정상 투입된 자본을 생각하면 매각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추가 증자를 설득하는 건 부담일 가능성이 높다.
자본성 증권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회사 몸체에서 끌어올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5%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은 -1.56%다. 손보사 중 기본자본 킥스가 마이너스인 회사는 롯데손보와 MG손해보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