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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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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교 보험사’ 윤곽 MG손해보험...전면전 예고한 노조, 당국은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3 08:55

금융위, 가교 보험사 인가 판가름 임박
공적자금 투입해 소비자 피해 최소화

당국, 운영상 난항 및 계약 이전 ‘과제’
노조 반발 예고…“정상 매각 추진해야”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금융당국이 매각에 실패한 MG손해보험의 정리 방식을 고심 중인 가운데 가교보험사 설립이 유력한 안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국이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단 부담을 떠안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지만, 고용불안을 우려한 노조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고돼 또 다시 분란이 커질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MG손보를 정리하기 위한 방식으로 가교 금융기관(보험사)를 설립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회의에서 MG손보의 일부 영업정지와 가교 보험사의 영업을 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교보험사 설립은 우선 금융당국이 재무적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100% 출자해 설립하며, MG손보의 자산·부채를 넘기게 된다. 이후 가교 보험사가 회사를 운영하며 점진적 정리에 나서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우선 부실 확산을 막고 계약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점차 대형 손해보험사로 계약을 이전하거나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자 보호를 우선해 가교 보험사 설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MG손보 정리 방식에 청산 및 파산, 감액 이전 등의 정리 방안도 제기된 바 있지만 계약자들의 피해나 타 보험사와의 조율로 인한 시간 소요가 예상됨에 따라 현실화하지 못했다. 매각을 위해선 2023년 이후 세 차례 시도에 나섰지만 지난해 12월 메리즈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MG손보 노조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당국으로선 청·파산이나 계약 이전 사이에서 쿠션역할을 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임시 보험사를 만들기에 여러가지로 부담일 수 있다. 주요 보험사들이 꺼리고 있는 계약 이전이나 재매각 추진도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에선 당국이 현실적 대안인 가교 보험사를 택했지만 사례가 없어 운영상 각종 난감함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보도 어쨌거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잘 된 결과지만 향후 운영상 문제나 계약 이전 정리 문제 등이 남아있다"며 “공적자금 투입 규모 논의부터 계약을 이전받는 보험사가 부담을 느끼기는 부분을 설득하고, 최상의 손해 협상을 이어가는 과정들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반발이 예고돼있어 가교보험사 설립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가교 보험사가 설립되면 사실상 MG손보의 신규 영업은 중단되며, 계약을 한시적으로 관리하다가 정리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계약을 관리하는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과 기존 영업조직의 조정이 크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노조는 전날 '일부 영업 정지'와 '폐쇄형 가교 보험사' 계획에 반발하며 이를 중단하고 정상매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오전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MG손보 노조 측은 반대에 나서는 이유로 즉각 '생존권'을 꼽았다. MG손보 노조 측 관계자는 “당장 직원과 설계사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며 “정상 매각을 위해 최선의 협조를 진행 중인데, 당국이 이를 거절하고 일방적인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보험사 구조를 아는 인수후보자라면 충분히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MG손보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려놓은 상태로, 당국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런 노조를 향한 비난도 제기된다. MG손보 매각 과정 당시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저지하며 매각 무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 MG손보 계약자는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막아섰는데 가교 보험사도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며 “구체적인 대안 없이 고용승계만 강요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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