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벨 가이다(Pawel Gajda) 폴란드 산업부 원자력 에너지국장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월드 원자력 공급망 회의(WORLD NUCLEAR SUPPLY CHAIN 2025)'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지성 기자
[바르샤바=전지성 기자] 폴란드가 국가 역사상 첫 원자력발전소 가동 시점을 2036년으로 못박으면서 본격적인 원자력발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는 두 번째 원전 건설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참여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과 체코 간의 원전 계약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현지시간으로 2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월드 원자력 공급망 회의(WORLD NUCLEAR SUPPLY CHAIN 2025)'에서 본지와 만난 파벨 가이다(Pawel Gajda) 폴란드 산업부 원자력 에너지국장은 “첫 번째 건설 예정 부지에 대한 환경평가와 측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첫 번째 호기는 2030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이후 매년 추가 유닛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이다 국장은 “새로운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이 조만간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기존 계획과 큰 차이는 없고 다소 구체적인 실행 일정과 현지화 방안이 보완될 것"이라며 “2038년까지 3기에 이어 최대 6~9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원전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의 첫번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와 벡텔(Bechtel)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으로, 폴란드 정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은 북부 루비아토보(Lubiatowo)-코팔리노(Kopalino) 지역에 미국형 AP1000 원자로 3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전체 전력의 약 20~25%를 원전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2038년까지 미국형 원전 AP1000 3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진=전지성 기자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넘어 석탄 중심의 기존 산업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가이다 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 중심으로 원전을 배치해 기존 설비, 숙련 노동력, 기반시설을 활용하고 고용을 유지하겠다"며 “경제적 전환이 핵심 동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폴란드 정부는 차세대 원자로인 SMR(소형모듈원자로) 도입도 준비하고 있으며, 열병합발전과 지역난방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폴란드에는 600여 개의 지역난방 시스템이 존재하며, SMR을 통한 탈탄소와 안정적 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폴란드의 원자력 확장 계획은 단순한 발전원 확보가 아닌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재편, 산업육성, 고용전환 등 다층적 목표를 지닌 전략"이라며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 원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력 있는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원전 프로젝트에 한국과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어...한-체코 상황 지켜보는 중"
발표 후 만난 가이다 국장은 “한국과의 협력도 여전히 열려있다"며 “최근에도 한국에 방문해 관계자들과 만나는 등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가 한국과 체코 간 진행 중인 원전 계약에 대해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지만,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벨 가이다 폴란드 산업부 원자력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안은 정부 간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향후 전개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프로젝트(체코 원전 계약)는 폴란드 정부의 공식 원자력 계획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은 우리가 참여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서도, “KHNP(한국수력원자력)나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계획에 경쟁력 있는 제안을 한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폴란드 현지 활동과 관련된 질문에는 “최근 한국 측과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며 “참여하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프로젝트 추진 시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협력 구도 및 기술 소유권 문제에 따라 입찰 자격이나 참여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가이다 국장은 “폴란드 정부는 향후 원전 건설 사업에서 투명하고 경쟁적인 입찰 절차를 중시할 것이며, 모든 참가자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