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오는 2050년까지 10GW(기가와트)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대규모 전력공급 설비 계획을 수립했다.
한전은 27일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런 송·변전 설비 계획에 2038년까지 72조 8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전의 재정 여건상 재원 조달이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른 전력수요와 발전 설비 전망을 바탕으로 2024∼2038년까지 15년간 적용되는 장기 송·변전설비 세부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는 지난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포함됐던 호남∼수도권 초고압 직류 송전(HVDC)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계통을 재구성하고, 반도체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전력 수요를 반영한 전력 공급 인프라를 확충하는 계획이 담겼다.
먼저 호남∼수도권 HVDC의 경우 2036년 준공 계획을 기존 4GW급 2개 루트에서 2GW급 4개 루트(2031·2036·2038년 단계별 준공)로 변경했다.
현재의 전압형 HVDC 기술 수준과 변환소 부지 확보 및 배후 계통 보강 여건 등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는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10GW 이상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산단 내 변전소 신설, 기존 전력망과의 연계 등 설비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기존에 추진 중인 하남시와 당진시의 전력망 구축 사업도 준공 시기를 조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인허가가 완료되지 않는 등 건설 지연 및 계통 여건 변경 사항이 생기자 준공 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이번 계획에서는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및 '에너지 저장 장치와 무효전력 보상장치 통합설비'(ESS-STATCOM ESS-STATCOM) 등의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신기술 설비도 도입하기로 했다.
한전은 이 같은 설비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2038년까지 72조8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0차 계획(56조5천억원)보다 16조3천억원(28.8%) 증가한 규모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비가 상승했고 지중송전선로도 증가한 데 따라 송·변전설비 투자 규모도 늘어났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한전은 “송·변전 설비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필수 설비인 만큼, 설비 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차질 없이 확충·보강해나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경영연구원이 전망한 이번 설비계획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생산 파급 약 134조원, 고용 유발 약 48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한전의 재정 여건상 전력망 설비계획에 들어가는 수십조원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대로 누적돼 연간 이자 부담만 4조원 안팎인 데다, 2021년 이후 누적 영업 적자도 30조9천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한 여파로 재무 상황이 급속이 악화했다.
여기에 하남시·당진시 등과 같이 지자체에서 주민 반대를 이유로 변전소·변환소 증설에 필요한 인허가를 불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전체 송·변전설비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한전은 “지난 2월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건설 사업 추진 동력을 높이겠다"며 “주민 친화형 변전소를 확대하고 중립적인 전자파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전력 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여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