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 단지 밀집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몇년새 급등했다. 예컨대 경기도 아파트 분양가가 4년 만에 60% 가까이 치솟아 전용 84㎡(국민평형) 기준 평균 분양가가 7억4700만원에 이르렀다. 이에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단지로 몰리고 있다. 당첨되는 순간 수억원의 '로또'에 버금가는 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시스템이 '도박화'되고 있고 가격과 시장을 왜곡시켜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수정,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경기도 민영 아파트 기준 평균 분양가는 3.3㎡당 2196만원으로, 2021년 대비 58.2% 올랐다. 이를 국민평형 기준으로 환산하면 2021년 4억7200만 원에서 올해 7억47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연도별 상승폭도 두드러져 2021년 1388만 원, 2022년 1575만 원, 2023년 1867만 원, 2024년 1981만 원으로 해마다 200만 원 안팎씩 가파르게 뛰고 있다.
수도권 주요 도시 대부분이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구리시가 3.3㎡당 3334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수원(3117만 원), 성남(2537만 원), 고양(2302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비중이 높은 하남(2200만 원)과 부천(2119만 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해 '가격 통제 효과'를 입증했다.
이처럼 분양가가 비싸지면서 청약 수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하남 교산지구 '교산 푸르지오'는 일반공급에만 5만2920명이 몰려 평균 26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왕 '제일풍경채고천' 역시 21.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원가·자재비·토지비·인건비·안전관리 비용 등 복합적 상승 요인이 분양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상한제 단지는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실제 가격 경쟁력보다는 상한제 적용 이력 자체가 청약 경쟁력을 결정짓는 지표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의도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가 '로또 당첨 운'에만 기대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등 신축 주택의 분양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부가 상한선을 정해놓는 제도다. 쉽게 말해 건설사가 마음대로 분양가를 정하지 못하고, 정부가 정한 기준 이하로만 분양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대개 이 규칙을 적용받는 집들은 주변 시세보다 2억~3억 원쯤 싸게 살 수 있다. 때문에 이른바 '로또 분양(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당첨 시 큰 시세 차익 발생)'이라 불리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라는 이름은 고사하고, 실제론 '당첨 즉시 시세 차익 보장 복권'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특히 기본 분양가가 15억~20억 원대에 달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까지 상한제를 일괄 적용할 경우, 조합원들은 수익성이 떨어진 공급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에 공급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하반기 경기도에 10곳·7670가구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량이 지역별로 분산돼 있고 절대치도 시장 규모에 비하면 부족해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서 교수는 “분양가 통제만으로는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며 “공공·민간 협업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상한제는 중저가 실수요 단지에 한정해 적용하는 등 제도를 정밀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