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홀딩스와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의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2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조 자회사 SK온이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 배터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양극재 글로벌 생산 기지 확대

▲포스코퓨처엠 광양사업소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양극재 및 음극재를 중심으로 한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포항, 구미, 광양을 포함한 국내 주요 지역은 물론 중국, 북미, 유럽으로 생산 거점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특히 광양 공장은 연간 10만톤 이상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위한 현지 생산거점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소재 공급망의 핵심인 리튬·니켈 등 광물 자원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소재 독립'과 '수직계열화'라는 배터리 시장의 주요 화두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SK온, 실적 부진 속 돌파구 필요…체질 개선 기대
SK온은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으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를 일컫는 EV 캐즘(EV Chasm) 현상은 SK온의 단기적인 투자여력과 경쟁력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의 합병도 SK온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온은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확보와 원가 절감 효과, 그리고 신규 투자 유치와 IPO 추진을 통한 재무 안정화 등 당면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사 협력으로 소재부터 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 완성, 'K-배터리' 위상 재정립 기회
포스코퓨처엠의 원료 조달·소재 기술력과 SK온의 셀 제조·패키징 역량이 결합되면 원가경쟁력과 기술차별화 모두에서 강점을 지니게 된다.
이번 포스코-SK간의 협력 확대는 국가 차원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 평가돼야 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으로 둔화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과 저장 시스템 수요 증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기업의 협력 확대는 국내 산업의 활로이자, K-배터리의 재도약 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광양 발전 및 터미널 인프라 통한 에너지사업 시너지
포스코그룹과 SK그룹은 광양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사업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전남 광양에서 구역전기사업(집단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그룹의 친환경·에너지 자립 전략의 일환으로, 2차전지소재 생산공장 등 산업단지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발전·열병합 설비 구축 사업이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LNG 터미널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인수한 E&S를 통해 광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광양발전소는 물량을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어 광양 LNG 터미널을 이용할 수도 있다.
특히 SK그룹은 미국의 알래스카 에너지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애' 관심사안이라서 미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그룹으로서는 알래스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이 알래스카에서 LNG를 수입해 이를 국내에 사용하거나, 해외에 재판매할 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터미널을 이용할 기회가 생긴다.
양 그룹은 이번 협업을 통해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를 자립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연계된 ESG 전략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북미·유럽 시장에서 IRA, 탄소규제 등 복합 리스크에 공동 대응할 수 있으며, 고객사 대상 공동 영업 및 공급 체계 구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