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오는 6월 4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에서는 차기 정부가 펼칠 금융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오는 6월 5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금융당국 수장들이 교체되면서 금융 관련 주요 정책들도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 및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예고하면서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성 강화 공약
1일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감독범위를 확대하고, 검사기능을 부여하는 등 독립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제도를 선진화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을 손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을 평가하고, 소액분쟁조정에 한해 금융사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후보는 반복되는 금융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 등에 대한 엄정처벌 원칙을 견지하고, 금융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안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면 일정기간 보수를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를 도입하고, 은행이 핵심성과지표(KPI)를 설계할 때 수익성 편중 문제를 해소하도록 평가항목을 세분화하는 내용도 공약집에 담겼다.
금융위·금감원 조직 대수술 예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특히 이 후보 당선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부처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획재정부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금융위원회가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서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그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주요 이슈였다.
현 감독체계의 시작은 외환위기 직후이자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재정경제부의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이 분리됐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했던 금융감독 기능과 재정경제부가 맡았던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했다. 재정경제부에서 금융 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예산편성 기능을 통합해 지금의 기재부를 만들고, 힘을 실어줬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가 담당하는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떼어내 국제 금융 정책을 맡고 있는 기재부로 넘기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을 전담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 수장 교체 불가피...주요 정책은 'ing'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부처조직 개편이 현실화되면 금융당국 수장 인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 16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복현 원장은 6월 5일 임기가 만료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가계부채 관리, 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 등 주요 현안과제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밸류업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과제"라며 “다음 정부에서도 주요한 정책 아젠다로 추진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역시 새 정부 출범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밸류업이라는 단어를 지양하고 있어 캠페인 이름은 (기업가치제고 등으로) 변동될 여지가 있다"며 “금융권은 지배구조 등 지속적으로 가져갈 굵직한 과제들이 명확하기 때문에 금융권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이러한 사안들을 더 꼼꼼하게 챙겨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