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가 유심 무상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하루 뒤인 지난 4월 29일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 내 티(T)월드 매장 앞에 유심을 교체하러 온 가입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약 70만명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이후 SKT의 통신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대응 방향이 가입자 회복 탄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다. 전월(23만7001명) 이탈 규모를 합치면 67만7491명에 달한다.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두 달 새 70만명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다만, 4~5월 SKT로 유입된 가입자 수를 제외한 순감 규모는 51만9860명이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으로, 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SKT 가입자 이탈로 가장 큰 낙수효과를 본 곳은 KT다. 지난달 SKT에서 KT로 옮긴 가입자는 19만6685명으로 전월 대비 1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15만8625명,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는 8만5180명으로 각각 84.4%, 54.8% 늘었다.
알뜰폰 간 번호이동 수치는 29만8327명으로 지난달(21만536명) 이후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4월 중순께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한 가운데 S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지난달 5일부터 신규 영업을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SKT는 유심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최신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번호이동 보조금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적잖아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T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된 2분기 이후 통신시장 판도 변화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알뜰폰 망 사용자를 제외한 통신 3사 가입자 수는 △SKT 2310만4423명 △KT 1335만4013명 △LGU+ 1095만6934명이다.
이들의 4~5월 번호이동 순증 규모를 합치면 각각 2258만4563명, 1358만8242명, 1114만2837명으로 점유율은 각각 39.49%, 23.76%, 19.48%로 집계된다. 이는 알뜰폰(MVNO)으로 떠난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며, 같은 기간 총 가입자 수 증감세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선 2분기 이후 SKT 가입자 점유율이 30%대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민관합동조사단 마지막 조사 결과와 신규영업 재개 시점이 점유율 회복 가능성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통신사 해킹 사고 이후 영업 정지 최대 기간이 45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신규영업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쯤 재개될 것"이라며 “영업 재개 이후 마케팅을 적극 펼칠 것이고,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입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위약금 면제 여부 또한 이달 말쯤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