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임진영

ijy@ekn.kr

임진영기자 기사모음




삼성물산vs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수주전, 금융권과 연합전선으로 번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04 15:32

압구정 2구역 수주 경쟁사 현대건설, 하나은행 통한 금융지원 조합 측에 제언

삼성물산, 하나은행 포함 5대 은행과 협약… “현대건설보다 먼저 은행과 제휴”

압구정 2구역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감도. 서울특별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금융기관들과의 연합 전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압구정 2구역의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주요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이 5대 은행과 '맞손'을 잡은 것은 시공권을 놓고 경쟁 중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한 맞불 성격도 강하다. 현대건설이 같은 시기 하나은행과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수주를 위해 협약을 맺자 삼성물산은 아예 현대건설의 파트너인 하나은행에 4개 은행까지 더해 국내 톱5 은행과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재건축 사업지에서 금융 지원을 위한 건설사와 금융사 간 MOU는 개별은행-시공사 간 일대일 체결이 일반적이다. 삼성물산이 5대 은행들과 공동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하나은행과 손을 잡은 현대건설에 대응해 5대 은행과 함께 금융지원에 나서 물량으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맞불 경쟁'을 피하지 않는 것은 압구정 2구역 시공권을 따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 건설사 자리를 지키려는 삼성물산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압구정 2구역은 조합원의 종전 자산 추정액만 약 10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 규모가 기존 도시정비사업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사업지다.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1분기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3조556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사실 한동안 삼성물산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2015년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은 수 년여간 도시정비사업을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삼성물산은 그해 12월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에 시공권을 내준 이후 '클린 수주'를 하겠다며 도시정비사업 비중을 확연히 줄인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공능력평가 1위 '업계 톱'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놓고 삼성물산이 사실상 '주택사업'에 흥미를 잃고 해당 분야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후 서울 도심 주요 도시정비사업 시장은 현대건설의 독무대가 됐었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해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삼성물산이 대대적으로 도시정비사업에 나서면서 1분기 수주액 1위를 기록했지만 현대건설은 1조783억원으로 3분의 1에도 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압구정 2구역 수주를 통해 현대건설로부터 뺏어온 '재건축 왕좌'의 자리를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금융지원은 물론 혁신설계 제안도 조합 측에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세계적 건축 거장인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가 이끄는 영국의 글로벌 유명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Partners)'와 손을 잡고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설계를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는 현대건설보다 이미 이전에 5대 은행과 금융지원 협약을 맺은 상황에서 이를 특별하게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해 왔는데 갑자기 현대건설이 하나은행과 협약을 맺고 이를 강조하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딱히 현대건설과 비교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현대건설이 먼저 하나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홍보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하나은행은 물론 더 많은 은행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