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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선] 韓 ‘경제 기둥’ 반도체 업계 ‘기대 반 우려 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04 15:44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지원’ 약속

AI 3개 강국 도약 등 미래 비전도 제시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 등에 미온적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성향 정책 추진 등 불확실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2일 경기도 화성시를 찾아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기념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2일 경기도 화성시를 찾아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기둥'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육성'을 약속한 만큼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과 각종 반기업 성향 정책 추진으로 오히려 경영 보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가장 먼저 '1등 반도체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도체를 지키는 것은 우리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며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보조금 및 세액공제 지원을 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제정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호재다. 그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정부 투자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경제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K-반도체 AI 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이 대통령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친기업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반도체특별법 도입 찬반 논의가 뜨겁던 지난 2월에는 당 대표 신분으로 직접 관련 토론회를 열어 좌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특정 산업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연구진 등을 대상으로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최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최한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공약집을 통해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및 첨단패키징 지원 강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약을 내놓으며 산업 지원을 위한 큰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세부적인 지원 방법은 거론한 적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것 관련 이 대통령이 미온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토론회 당시에도 “총 노동시간은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대전제"라며 “(주52시간 예외를) 한다 해도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대표였던 지난 4월 52시간 예외 제도를 명시하지 않고 산업 지원 내용만 담은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반기업 성향 정책'이 다수 추진되는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다. 개정안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게 골자다. 기업들은 법안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를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재추진을 공식화한 상법 개정안 역시 변수로 꼽힌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조항을 넣는 게 핵심이다. 이를 두고 재계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과 행동주의 펀드 공격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관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주요국에서 소비 위축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신경쓰인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경쟁국 수준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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