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 신공항 홍보영상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최근 현대건설이 공기 부족·사업비 제한 등을 이유로 포기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이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부산시가 공기 연장 수용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포스코이앤씨나 대우건설 등 우선협상대상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사업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당초 정부 입찰 조건인 공사기간 84개월을 유지하되, 착공이후 지반이나 기후 등 불가피한 여건 변화가 발생하면 공사 기간 연장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와 부산시, 건설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 기술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공정성과 기술 검증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건설업계에선 부산시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의미를 두고 있다. 현대건설과 함께 기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기 조정 여부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외 조건들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며 “입찰 조건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공단 측에서도 입찰 조건을 완전히 재설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참여 여부는 추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검토는 진행 중이지만, 확정된 입장은 없다"며 “새 컨소시엄 구성 여부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사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어떤 방향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기존 컨소시엄이 해체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현대건설이 빠졌지만 법적으로 컨소시엄이 즉시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관사가 탈퇴한 만큼 사실상 컨소시엄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기존 컨소시엄 내에서 현대건설이 주관사를 맡았던 구조이기 때문에 새롭게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기존 구도는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여전히 철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입찰 참여 여부를 재논의할 이유는 없다"며 “부산시의 입장은 확인했지만 회사 차원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발주처가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를 보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초대형 공사인 만큼 정부와 발주기관은 공기뿐 아니라 공사 여건과 확장성, 리스크를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히 재검토해야한다"면서 “시장의 기술적 기준과 사업성 평가 체계가 더 정교하게 재도화 되어야 한다. 서두르기 보다는 단계별 점검과 충분한 기술 검토를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7월 재입찰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할 건설사들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조건을 얼마만큼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사업의 향방을 가를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가덕도신공항 책임추진'을 내건 만큼 내년 초 착공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다시 한번 입찰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 연장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온 것은 분명한 진전이지만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입찰로 보일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입찰 구조와 일정, 공법에 대해 좀 더 정제된 조건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