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폭발하면서 발생한 섬광(사진=AP/연합)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겨냥해 사상 최대규모의 공습을 단행한 가운데 이란도 빠르게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확전 위기가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100기 가량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두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으며 이스라엘군은 각지에 공습 경보를 사이렌을 울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100기 대부분은 이스라엘 영토 진입 전에 격추됐고 미군도 이란 미사일 요격에 조력했다고 미국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2명은 위독하고 8명은 중상, 34명은 경상이라고 이스라엘 채널12는 전했다. 요격에 따른 파편으로 일부 건물들도 손상됐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다양한 탄도미사일 수백기가 발사되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잔혹한 공격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미사일이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의 국방부와 정보기관 등을 겨눴으며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성공적으로 낙하했다고 보도했다. 텔아비브 인근 항구도시 하이파 등도 공습 표적이라고 했다.
또한 이란군이 이스라엘군의 F-35 전투기 2대와 무인기(드론) 여러 대를 타격해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이란 프레스TV가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과거와 다르게 전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작년에 양국이 서로를 공격했을 때는 보복이 나오는 데 시간 차이가 더 컸고, 교전 후 긴장 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지난해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되자 이란은 이에 대한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12일만에 보복에 나섰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1일에도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대규모 발사했지만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없다면 추가 공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습을 단행한 당일 대대적인 앙갚음에 나섰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갈등을 격화시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며칠이 걸리든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이란은 이스라엘 민간인 밀집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우리는 아야톨라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사악한 행동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을 향해 “그들이 일을 시작하고 전쟁을 일으켰다"며 “사악하고 악랄한 시온주의자 정권은 큰 실수와 오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에도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그간 이스라엘에 대한 표현에 비해 매우 수위가 높은 언급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어떤 양보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전투기 200대를 동원해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나탄즈 핵시설과 군 주요 지휘관, 핵과학자 등을 전격 공습했다. 오후에도 다시 전투기를 띄워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기지와 발사대 등을 타격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국제유가는 폭등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보다 7.0%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2.98달러로 전장보다 7.3% 올랐다. 이는 일간 상승 폭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22년 이후 최대 일간 상승 폭이다.
WTI 가격은 이날 아시아장에서 장 중 한때 상승 폭을 14%대로 키우기도 했다.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9% 내린 4만2197.7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3% 하락한 5976.9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30% 떨어진 1만9406.83에 각각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