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4기 신도시 조성까지 제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은 향후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LH는 이미 과도한 사업량과 부채 부담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업무 분할로 효율성을 높일 필요를 제기하는 분위기나, 재정적 문제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13일 LH에 따르면, 현재 수행 중인 사업은 주택 건설과 임대주택 공급, 신도시 개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 및 승인 등 방대한 범위에 걸쳐 있다. 문제는 공기업은 특성상 공공정책 수행이 늘어날수록 부채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더욱이 LH는 한정된 인력과 재정 여건 속에서 다양한 국책사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일각에서는 부채 경감과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정 업무를 지자체나 민간에 이관, LH는 핵심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LH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매입임대주택은 한 채당 1억원 이상의 자체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유지·운영 과정에서도 연간 약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율도 실제 사업비의 60% 수준에 불과해 LH의 부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14개 국가산단, 서리풀지구, 고양대곡역세권 등 신규 택지 조성 사업과 신축 매입임대 5만 가구 확보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LH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LH의 총부채는 160조1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조2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138조9000억원, 2022년 146조6000억원, 2023년 152조9000억원 등으로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비금융 공기업 107곳 가운데 2023년 말 기준 LH의 부채 총계가 136조9975억원으로 가장 많았을 정도이다.
특히 지난해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9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도시기금 차입 3조8000억원과 3기 신도시 조성 등 사업비 충당을 위한 사채 발행 잔액 5조3000억원 등이 원인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이나, 전문가들은 부채 경감과 업무 효율화라는 이점에도 예산 문제로 실제 이관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 문제로 지방자치단체나 도시공사가 이러한 사업을 떠안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부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리서치랩장은 “지방자치제 하에서 거대 공공기관의 역할을 분산시켜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지자체나 도시공사가 해당 업무를 수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결국 이 사업이 구조적으로 적자를 많이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장기임대는 30년, 장기전세주택은 20년 등으로 수익 회수가 매우 장기화된다"며 “부분임대와 같은 형태도 초기에는 재정상 적자로 잡히기 때문에, 지방도시공사나 지자체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LH도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협의해 올해부터 매입임대 유형별 지원 단가를 1000~2000만 원 인상하고, 지원 비율도 2026년 86%, 2027년 90%, 2028~2029년 95%까지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매입임대주택의 절반인 5만 가구를 '분양전환형 매입임대'로 공급해 일정 기간 임대한 뒤,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도 꾀하고 있다.
이밖에 LH는 정부가 2027년까지 LH의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이를 2028년까지 233%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입임대 정상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착공 물량 증가 등 업무 수행을 위해 정부에 약 450명의 인력 증원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