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16일 출범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지난주 산업부 1차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새로 임명했으나, 2차관 자리는 임명을 미뤄 기존 차관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인사 발표 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차관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확정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19일 여당측 한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 2차관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따른 직제개편 가능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하는 독립 부처 신설을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산업 전환 문제는 환경과 산업의 이원화된 정책 구조로 인해 충돌이 발생해왔다"며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직접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실무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16일 출범한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국정위는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에 대한 장기 감축 로드맵과 재정·세제 인센티브를 명확히 함으로써 산업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자 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에너지 부문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법적 체계 정비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별도의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은 과감히 분산·재배치하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서는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경우, 산업부의 2차관 자리가 해당 부처 차관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정부는 직제 개편 및 유관부서 통폐합 등 행정 구조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합 이후 해당 부처는 에너지 사업 인허가와 환경 규제 권한을 함께 가지는 구조로, 기후정책과 에너지산업 정책을 동시 총괄하게 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될 경우, 기후와 에너지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을 지에 대한 논의도 차관 인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차관을 1명 또는 2명으로 할지, 기후 담당을 1차관, 에너지 담당을 2차관 식으로 구성할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부 내 에너지 관련 조직은 23개 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환경부의 기후 관련 조직은 13개 과에 그친다. 조직 규모의 차이만 보면 이론적으로 기후에너지부가 에너지 분야 중심의 구성이 되어야 하지만 정부의 부처 신설 취지로는 기후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커 이같은 부분의 조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신설 시기를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내년도 예산 편성 절차 등을 고려할 때,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빨라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 2차관 인선 발표 역시 새 부처의 방향성이 확정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2차관 인선 지연이 단순 인사 문제를 넘어 차기 정부 조직 개편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에너지·기후 정책의 일원화를 통한 정책 효율성 제고와도 맞물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