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 종목들이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로 단기과열종목과 투자경고종목 지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책 기대감만으로 오른 테마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지정된 단기과열종목은 총 30개, 투자경고종목은 39개로 집계됐다. 이 중 단기과열종목 11개(36.7%), 투자경고종목 10개(25.6%)가 디지털자산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대감이 특정 테마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로 주요 디지털자산 테마주들은 짧은 기간 내 주가가 수십 퍼센트 급등했다. 예컨대 컴투스홀딩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보유 사실이 부각되며 12일 단기과열 종목에 지정됐고, 한화투자증권(두나무 지분 보유) 역시 13일 지정됐다. 티사이언티픽은 빗썸 관련 이슈로 17일,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이슈로 25일 단기과열 종목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미투온(스테이블코인 기반 온라인 카지노 자회사 운영) △아톤(CBDC 구축 기술 보유) △코나아이(디지털 화폐형 선불결제 솔루션 개발) △이니텍(블록체인 기반 인증·보안 시스템 구축) △LG CNS(공공·금융기관 대상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뱅크웨어글로벌(디지털 금융 백엔드 시스템 구축) △카카오페이(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등록 및 발행 준비) 등 다양한 종목들이 디지털자산 테마로 묶이며 강한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업계에선 현재의 주가 급등이 디지털자산 산업의 실질 성장보다는 '테마화'된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거래소가 단기과열 또는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후 10거래일 이내 주가가 되레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 소식에 이달에만 150% 가까이 급등하며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매매거래가 정지된 이후 해제된 이날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다. 딥마인드도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에 상한가를 기록한 직후 급등 피로감과 실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이틀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정책 기대감의 중심에는 이재명 정부의 공약 이행 움직임이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한민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최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산업 육성을 위한 입법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도 내달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포괄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민 의원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간 디지털자산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봐왔다"며 “이제는 금융위 중심의 규제를 넘어서 산업 진흥과 감독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필요성도 언급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은 외화 유출 및 통화주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정부의 정책 의지는 분명하더라도 아직 산업은 제도 기반이 미비한 상태다. 시장에선 당분간 상표권 등록, MOU 체결, 지분 보유 등 '재료성 뉴스'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이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은 과거 테마처럼 실체 없는 기대만은 아니지만, 실적과 제도 기반이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국 과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실질화에 가까운 종목을 가려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단기 과열 국면에 접어들며 기술적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특히 실적 모멘텀이 약한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 실현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