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사진=김종환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 14%대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간 이견히 좁혀지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저임금은 관련 법상 이달 29일까지 인상액수를 확정해야 하지만 이를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음에 따라 이번에도 법정 시한이 지켜지지 않게 됐다. 위원회는 다음달 1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재논의한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에 시행됐는데 올해까지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총 9차례에 불과하며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졌다. 일종의 훈시규정에 불과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7월 12일에 결정됐다. 최저임금위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부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노동계는 14%대 인상을 요구하고 잇다. 당초 14.7%(시급 1만1500원)를 요구했지만 두차례 금액을 낮춰 이번 회의에선 14.3%(1만1460원)를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인 1만30원에서 동결하자는 입장이었다가 두 차례 수정해 40원(0.4%) 인상된 1만70원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는 다음 전원회의에서 추가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며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저율의 최저임금 인상으로는 더 이상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사용자와 공익위원들은 인상 수준 논의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 올해만큼은 저율 인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길은 최저임금 동결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일정과 목표를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이 이미 적정수준에 도달했다면서 동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무산으로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단일 최저임금을 정하는 만큼 가장 어려운 업종 사업장에 맞춰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기업은 사회복지 기관이나 저소득 근로자 생계를 보장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라 경영을 통해 이윤을 내야만 생존 발전이 가능한 조직체"라면서 “낮은 임금으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와 '모두를위한최저임금운동본부'는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재명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대하는 자세는 앞으로 5년간 전체 노동정책의 방향을 판가름하고, 노정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노총은 이재명 정부에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동결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같은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000원을 넘어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을 일시적으로라도 동결해 소상공인에게 회복의 시간과 반전의 모멘텀(계기)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