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형산불에 대한 국가적 대응 과제' 특별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말 경남·경북·울산 일대에서 발생한 '괴물산불'이 국내 산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인명·재산피해를 낸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재의 복잡한 산불 진압 체계를 소방청이 지휘하는 것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27일 발표한 '산불대응연구TF' 보고서를 통해 “예방과 진화를 기능별로 분리하고, 현장 대응은 소방청 중심으로 통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영남권 산불로 사망 27명, 부상 156명 등 총 18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1조818억원, 산림 소실 면적은 10만 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관후 처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산불이 기후변화, 건조화 추세와 맞물려 동시다발적·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기존 산림청 중심 대응 체계의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산불 지휘 체계가 산불 규모·발생지역 등에 따라 시·군·구 또는 시·도지사가 지휘권을 갖는 복잡한 이양 구조로 돼 있어 신속하고 일관된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불 진화 단계에서 전문성과 기동력을 갖춘 기관인 소방청이 주관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불대응 발령기준은 피해면적, 풍속 및 지속시간 기준으로 초기대응, 확산대응(1~3단계)으로 구분하고, 초기대응~확산대응 2단계까지는 시·군·구, 3단계에서 시·도가 각각 지휘한다. 소방청은 산불진화지원부처로 산불발생시 소방기본법에 따라 산림주변의 가곡이나 시설물 방어를 담당한다.
이에 산림청은 계절별 단기 채용 중심 구조이며, 담당 공무원이 순환 보직 체계로 운영돼 지속적인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다. 반면 소방청은 전국 15만명 규모의 상시 조직과 화재·구조·구급 대응 경험을 갖추고 있어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산불 예방 단계에서 산림청이 산림 관리와 방재 중심의 조림정책을 지속하되, 진화는 소방청, 주민 대피는 지자체, 복구는 부처별 전문기관이 맡는 식의 기능 분담형 체계 전환을 제안했다.
이로써 “산불 발생부터 복구까지 각 단계별 주관기관이 명확해지고, 책임성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민 대피와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주민 대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지자체는 지역별 지형과 인구구조, 취약계층 분포 등 각 지역별 특수성과 실제 재난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대피계획을 세우고 훈련 등을 통해 대비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외에도 동물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도 제언했다. 재난 시 동물 동반 또는 전용 대피소 구축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산불 감시용 드론 상시화 △산불 대응 헬기 운용체계 통합 관리 △산불 피해 지역 PTSD 및 건강관리 지원 △동물 대피소 및 수용체계 구축 △임시주택의 장기화 활용 지원 △내화수림 확대 조성 등의 후속 입법·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소나무 등 산불 취약 수종이 전체 산림의 68%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가 인접지역부터 불에 강한 내화수종 중심의 식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불 예방을 위한 감시체계로 드론 활용 확대를 주문하며, 현재 항공안전법상 비가시권·야간 비행 제한 등 규제 완화를 위한 특례 입법 추진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현장 전문가, 산불 대응 기관, 피해 지역 지자체와 협업해 13명의 전담 TF를 구성하고, 2개월간 현지 실사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보고서는 국회는 물론, 행정부 정책조정과 국민 인식 제고 차원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관후 처장은 “매년 산불 대응과 피해 지원대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쟁점들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혜안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전문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안들이 최우선으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