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재계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거나, 유예 연장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대미 수출품목에 '관세 폭탄'을 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미수출 기업들은 베트남, 멕시코, 남미 등에 생산시설을 갖춘 상태라 해당국과 미국의 협상 내용까지 신경써야 하기에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와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국가에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며 “지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 곧바로 관세 장벽을 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연장할 수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특유의 애매모호 화법을 구사해 혼란을 주기도 했다. 당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관세 협상을 “미국 노동절인 9월 1일까지 완료하길 희망한다"고 밝혀 백악관과 다른 뉘앙스를 남겼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9일 한국을 포함한 57개 교역국에 차등화된 상호관세율을 발표했고, 90일간 유예기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오는 7일로 만료된다.
따라서, 우리 재계의 관심사는 미국이 과연 상호관세를 8일부터 바로 발효할 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중심으로 주요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다. 영국과는 벌써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재계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즉각 관세가 부과될 경우 기본 10%, 국가별 차등 15% 등 총 25%의 상호관세가 책정된다.
기본관세는 이미 적용되고 있어 주요 대미 수출 품목에 15% 관세가 추가될 전망이다. 품목별 별도 관세가 들어가는 자동차(25%)와 철강·알루미늄(50%)은 별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일반기계, 반도체 등 업종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월 기준 품목별 미국 수출액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이 상호관세 유예 명단에 들어가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오히려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특정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사업장을 다수 보유한 주요 대기업들은 베트남, 멕시코 등과 미국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멕시코·브라질 같은 나라에서 스마트폰, 냉장고, TV, 세탁기 등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멕시코에서 다양한 가전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한국 또는 현지에서 자동차를 만들지만 기아는 멕시코 공장 비중이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상호관세 발효가 재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대 대미수출품목인 자동차와 현지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전제품은 이미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세 중복 적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미국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춰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