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미국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에 나서며 해외 판로 확장에 본격 팔을 걷었다. 단기적 재무부담 등 각종 리스크가 예상됨에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의 꾸준한 증가가 관측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미국 자동차 특화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를 추진 중이다.
DB손보는 최근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예상 인수금액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DB손보가 포르테그라 지분 100%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테그라는 글로벌 보험사 '팁트리'의 자회사다. 차량 서비스 계약과 차량 경미손상 수리보험 등 자동차 관련 특수보험에 특화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4억달러(한화 약 7조3000억원), 순이익은 1억5700만달러(약 2119억원) 수준이다.
DB손보는 국내 보험업권이 저출생과 인구구조 변화 등 성장성이 둔화된 환경에 직면하자 해외 판로를 개척해 글로벌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B손보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해외전략본부를 신설해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DB손보는 현재 미국을 해외 거점시장으로 점찍고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도 사무소 개설 및 현지 보험사 지분투자 등에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현지 10위 손보사 VNI(베트남국가항공보험)와 9위 손보사 BSH(사이공하노이보험) 지분을 각각 75%씩 인수해 베트남 운영 법인을 총 3개까지 늘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DB손보가 해외원보험을 통해 벌어들인 보험료는 1827억원으로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와중 진행하는 포르테그라 인수는 DB손보의 사업 방향이 본격 해외로 향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미 해외사업을 통한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보다 넓고 확실한 길을 닦겠다는 것이다. 이번 건은 한국 보험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이자 첫 미국 회사 인수다. 조단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해외 사업을 먹거리로 타깃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르테그라 인수 시 현지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DB손보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수 자동차보험에 강점이 있는 회사이면서 높은 현지 인지도를 지녀 DB손보가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유리한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보험료 인상이 자유롭지 않은 구조로, 상품을 많이 판매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기에 우회적 통로로도 인식된다.
다만 해외사업은 당장 가져다주는 실적기여도가 높지 않기에 단기적 재무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인수가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예상 인수가의 절반 수준인 1조원만 잡더라도 부담이 작지 않다. DB손보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 수준이다. 내부 유보금과 외부 차입을 병행할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일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사업 내실화도 과제다. 현재 DB손보 해외사업이 전체 순이익에 미치는 기여도는 5% 내외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은 자연재해 등 대형 리스크에 우리나라 대비 크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관리 역량 강화에 드는 비용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DB손보는 최근 미국 LA 산불 등 대형 재해로 1분기 해외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베트남 자회사 VNI와 BSH도 각각 순이익 8억4300만원과 순손실 21억9800만원을 내는 등 수익이 불안정해 해외사업환산이익이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가면 장기적으로 전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확대되면서 수익성 개선과 자산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테그라의 연간 현금창출력만 보더라도 실적 기여에 따라 인수로 인한 단기 변동성을 향후 충분히 상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DB손보 관계자는 “현재 가격을 협상 중인 단계로, 최종 인수 지분이 몇퍼센트인지 확실치 않지만 재무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