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기준선 넘은 대형사, 레버리지 확대 가속
중형사들 줄줄이 신용등급 하향, 레버리지 압박
엔켐, CB 전환 '임시방편', 관건은 수익성 개선
![2025년 상반기 이차전지 업체 정기평가 결과. [출처=한국기업평가]](http://www.ekn.kr/mnt/file_m/202507/news-p.v1.20250706.ce0712a3c4ff45e2be61e85fc6d0b630_P1.png)
▲2025년 상반기 이차전지 업체 정기평가 결과. [출처=한국기업평가]
올 하반기 이차전지 업종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증권가는 이차전지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대형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은 면했지만, 구조적 재무 부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수준이다. 중형사들의 신용등급은 하향되거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대형사, 등급 하락 면했지만 레버리지 부담↑...'조건부' 안전성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대형 이차전지 기업들의 상반기 신용등급이 유지됐다. 글로벌 상위권 시장지위와 이를 토대로 한 고정거래 기반 등 사업안정성을 인정받아서다.
SK온을 제외한 대형사들은 대표적인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아직 위험 단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실적 하락이나 금리 상승 등 외부 충격에 따라 부채상환 여력과 커버리지 지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현재의 안정성은 '조건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재무 레버리지는 외부 충격 시 기업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신용평가사들은 재무 레버리지 비율의 대표격인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에 대해 각각 30%, 100%를 '안정'과 '주의'의 경계선으로 본다. 이차전지 대형사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섰거나 근접한 상태다.
SK온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말 총차입금은 28조원이다. 이 중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5조원이다. 이를 토대로 한 차입금의존도는 55.6%로, 지난해 말 53%에서 2.6%포인트(p) 늘었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보다 63.5%p 급증한 251.7%에 달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금은 18조원, 단기차입금은 1조원이다. 차입금의존도는 작년 말 26.1%에서 올 1분기 28.3%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84.5%에서 14.6%p 늘어난 99.2%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2022년 한번 낮아진 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46.1%, 139%다.
대형사 중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하면서도 증감을 나타냈던 기업은 삼성SDI뿐이다. 올 1분기 말 삼성SDI의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29.1%, 89%를 나타냈다.
수익성↓·차입부담↑…신용등급 강등
에코프로는 신용등급과 전망 모두 강등됐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에코프로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두 신평사는 이차전지 업황 부진에 따른 계열사의 중·단기 수익성 악화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저조한 현금흐름이 지속하면서 과중한 차입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계열사 부담은 에코프로의 레버리지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현재 에코프로의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는 43.5%, 부채비율은 122.6%다. 하지만 에코프로 개별로 보면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97.7%, 33.2%로 안전성 기준 안팎을 넘나드는 수준에 그친다.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레버리지 수준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49.1%, 137.5%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한기평은 신용등급을, 나신평은 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하향했다.
문제는 차입금의존도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이자·세금 등 고정지출을 뺀 뒤 회사에 실제로 남은 현금은 -2668억원이다. 이는 약 2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나 차입 등 외부 조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엔켐, 등급 하락은 면했지만 앞으로가 문제...CB 활용은 임시방편
엔켐은 신용등급은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하향됐다.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자본 전환에도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엔켐은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각각 785억원, 805억원 규모로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차입 규모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총 6862억원의 자본 확충 효과가 발생했고, 부채비율이 대폭 낮아졌다. 엔켐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57.8%로 작년 말 406.7% 대비 348.9%p 감소한 92.6%다.
다만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열위한 상태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익구조와 낮은 커버리지 수준은 개선되지 않아서다. 표면적인 레버리지 지표 개선에 이어 실질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엔켐은 앞으로도 CB를 활용해 재무 개선에 나설 계획으로 파악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올 3분기 현재 남아 있는 CB는 779억원 규모지만, 최근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고 있어 투자자들이 전환 대신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기평은 “중·단기간 유의미한 수준의 영업현금흐름(OCF) 개선여력이 제한적이며, 해외 공장 잔여 투자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도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주가가 해당 CB의 행사가격을 하회하고 있어 단기간 내 전CB 추가 전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차입부담 완화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증권사들은 이차전지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하고 있다. 이는 실적 악화와 수요 둔화, 경쟁 심화, 정책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쳐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