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 육성을 위한 'SMR 특별법'이 이르면 이번달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짐에 따라, 환경단체와 원전업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9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임시국회가 열린 이후 여야 모두 SMR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은 이르면 오는 7월 23일 혹은 8월 4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탄소중립과 전력 수급 안정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RE100 취지를 훼손한다"는 환경계의 반발과 “재생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원전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황정아 의원 발의…“SMR은 탄소중립 시대의 전략 기술"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지난달 '소형모듈원자로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SMR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기술개발 및 실증 촉진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략산업 지정 △금융 및 수출 지원 △폐기물 처리체계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하며, SMR 산업 전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황 의원은 “SMR은 2050 탄소중립과 전력망 안정의 필수기술로, 미국·프랑스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전략으로 육성 중"이라며, “한국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전(SMR) 특별법 주요 내용.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는 SMR은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0.3G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 원전이다.
미국은 2020년 에너지법을 제정해 SMR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영국도 2023년 대영원자력부를 신설해 SMR과 혁신 원자력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세계 원전 강국들은 SMR 관련 지원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행 원자력 관련 법체계로는 SMR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별법에는 SMR 기술 개발 촉진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SMR 특별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SMR 시스템 개발 역량을 보유한 민간기업의 육성과 SMR 실증을 위한 부지와 비용 지원, SMR 관련 연구시설 장비의 이용 등을 위한 행정·기술·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여야 모두 “필요성 공감"…이르면 7월 23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

▲한국수력원자력
특히 이번 법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년 전부터 SMR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분야로, 국회 내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과방위·산자위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속도를 낼 경우, 이르면 7월 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MR은 기존 원전과는 달리 소규모·모듈화·내재안전 기술 기반으로, 정치적 부담 없이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는 산업계뿐 아니라 국내 기술 생태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RE100 훼손·기술 불확실"…강경 반대
반면 환경단체들은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SMR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실험적 기술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데, SMR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SMR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며, 지역 입지 반대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고위험 기술"이라며 “기후위기 대응 명분 아래 탈원전 기조를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 업계 “SMR은 RE100 한계를 보완하는 현실적 해법"
원전 업계와 일부 산업계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은 간헐성이 큰 태양광·풍력만으로 감당이 어렵다"며, “소형모듈원자로는 이런 산업에 적합한 무탄소 베이스로드 전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전 전문가는 “RE100은 기술적으로 100% 재생에너지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자력 포함 여부를 두고 이미 국제적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탄소중립 시대에는 재생에너지와 SMR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 '사회적 수용성과 실증 사업'
SMR 특별법이 통과된다 해도, 핵심은 입지 갈등 최소화, 기술 실증,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사회적 수용성 확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은 SMR을 무조건 밀어붙이자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인허가 시스템을 정비해 실증과 사업화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라며, “향후 공청회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다 안전하고 국민 수용 가능한 법안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MR 특별법은 단순한 기술진흥법을 넘어, 에너지 안보, 산업경쟁력, 기후정책, 지역 수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적 난제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한국형 SMR 사업의 제도적 '기틀'이 처음으로 마련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