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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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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월 흔들기·美 장기채 금리 상승…‘재정 우위’ 우려 커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5 14:01

트럼프 美 기준금리 1%대로 인하 강조…“파월은 멍청한 사람” 비난도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기침체기에 저금리…美 노동시장은 여전히 탄탄
감세 법안 발효 등에 국채 발행 증가…트럼프, 이자 부담 낮추려 해
연준 독립성 무너지면 인플레·국채금리↑악순환…아르헨·튀르키예 주요 사례

TRUMP GOVERNMENT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정부 압력에 굴복해 돈풀기에 나설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경제는 활황이고 기업 신뢰도는 급등했다. 소득은 증가하고 물가는 하락했으며 인플레이션은 없어졌다"면서도 “우리에게는 정말 나쁜 연준 의장이 있다. 그가 금리를 낮춘다면 친절하게 대하겠지만, 그는 얼간이 같다. 멍청한 사람이다. 정말로 그렇다"고 파월 의장을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없고 주식시장은 고점 기록을 찍었다. 모든 것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1%에 있어야 한다. 1%보다 낮아야 한다. 스위스가 제일 낮은데 0.5% 수준이다. 우리는 더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3%포인트 높다며 금리를 1%대로 인하해야 한다고 적은 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1%대 이하의 저금리는 드문 현상은 아니었다. 연준은 그러나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는 대형 악재들이 발생했을 때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셧다운에 들어가자 미국 경제는 역성장했고 연준은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했다. 미국 실업률은 2020년 4월 14.9%까지 치솟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실업률이 치솟기 시작하자 연준은 한때 5%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2009년 0%대로 급격히 낮췄다.


또 2001년부터 2003년에는 닷컴버블 붕괴, 9·11 테러 등의 여파로 기준금리가 1%대에 유지됐었다. 이 기간 실업률은 4% 수준에서 6%대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다. 이달 초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4만7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 11만명 증가를 웃돌았다. 6월 실업률 또한 4.1%로 내려 예상치와 전월치를 하회했다.


인플레이션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대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Y판테온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지표 관점에서 보면 즉각적이고 점진적인 인하의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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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EPA/연합)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1%대의 저금리를 고집하는 배경엔 정부가 미 국채발행을 통해 빌리는 돈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싶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1%포인트에 3600억 달러(약 498조원)의 비용이 든다. 2%포인트면 6000억∼7000억 달러가 들어간다. 우리는 너무 높다"며 높은 기준금리로 인해 연방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과제 실현의 내용이 담긴 감세 법안이 공식 발효됨에 따라 연방 정부는 국채 발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들어 국채시장에선 장기채 위주로 국채금리가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실제 CNBC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4.97%를 기록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3.9% 수준으로, 5%대를 보였던 2023년 수준 대비 여전히 낮다.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빠르게 오른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다. 특히 경제가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 속에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낮출 경우 수요를 자극시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이자 부담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이 어려워지는 '재정우위 현상'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재정우위 현상은 정부의 재정정책(정부 지출과 이자)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압도하는 상황을 뜻한다. 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물가안정 등의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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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조기에 교체하거나 비둘기파 인사를 후임자로 지명하고, 중앙은행이 물가 대신 정부의 재정 여건을 우선시하면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어 기존 국채를 매도하거나 국채 매입에 더 높은 금리(위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더욱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 또한 가중돼 중앙은행을 향한 추가 통화완하 압박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신흥국에서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르헨티나로,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 삭감 등이 아닌 화폐 발행에 나섰는데 결국엔 1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폭락 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몬드 라흐만 선임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을 내고 “미 정부는 연방기금금리(FFR)가 아닌, 장기채 금리에 돈을 빌린다"며 연준의 독립성이 무너지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달러 가치 추가 하락 △국채 매도에 따른 정부의 이자 증가 등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기 전 튀르키예 사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금리인하 요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중앙은행 총재를 전격 교체했다. 이후 튀르키예 물가 상승률이 2022년 10월에 85.5%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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