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본주택에 마련된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 아파트 모형. 사진=김유승 기자
지난 15일 수도권에서 인접한 두 아파트 단지가 동시에 분양됐는데, 한 쪽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다른 한 쪽은 미달됐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큰 차이가 나면서 흥행 결과도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분상제 폐지 논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청약홈에 따르면, 15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김포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1∼3블록)'는 교통 입지나 실거주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총 1435가구 일반분양에 287명만 접수해 경쟁률이 0.2대 수준에 그치게 됐다. 흥행 저조 원인으로는 민간 택지에 건설되면서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은 탓에 인근 단지 대비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블록 7억5400만~7억7000만원 △2블록 7억~5500만~7억7200만원 등이었는데, 인근에 위치한 '풍무자이2단지' 전용 133㎡(약 49평형)가 최근 5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부담되는 가격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인접한 검단신도시에서 같은 날 청약을 받은 '호수공원역 중흥S-클래스'는 흥행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522가구 모집에 총 6831명이 몰려 평균 13.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전용 84㎡ 기준 △5억5570만~6억1700만원 △112㎡ 기준 6억4300만~7억3400만원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인근 대장주 '풍무 푸르지오' 전용 84㎡가 6억52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해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두 청약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지난달 27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분상제 선호도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돈을 빌릴 수 있는 액수가 적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더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분상제 적용 단지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당첨 즉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분상제 적용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비적용 단지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상제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2023년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분상제 적용 대상에서 해제하자, 서울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한 전례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약 5년 전인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상제 폐지 논란이 사그러들까 노심초자하고 있다. 분상제는 원자재·인건비 상승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려워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화설계 적용이 어렵고 공사비 산정도 낮게 책정돼, 완공 후 주택 품질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업계는 분상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최근 서울 용산구 내 재개발·재건축 조합 26곳도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분양 관계자는 “층간소음 규제 강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등으로 공사 조건이 까다로워져 비용도 따라서 오르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신축이라는 장점이 있더라도 최대 110% 수준 분양가가 현실적인 수요선이다. 실제로 수원, 용인 등 다수 지역에서 상반기에 미달이 속출한 만큼, 분상제 적용 단지이거나 민간 아파트도 그 수준의 분양가를 맞추지 않으면 한동안 청약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