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임박했지만 주요 경제국인 한국, 대만, 인도 등은 여전히 미국과 무역협상 타결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대만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국에 최종적인 협상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가진 한국과 회담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주요 파트너와 이미 다수의 무역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협정이 필요한 것인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와의 회담을 진행하는 한국 정부 움직임은, 8월 1일 관세(25%) 부과 전에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한국 측 긴급성을 반영한다"고 논평했다.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바로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에서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내일 끝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여러 기자가 서로 질문을 외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내일 무엇을 끝낸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질문자가 “관세"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내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부유해지고 있으며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바다"라고 말했다.
관세 협상 전체에 대한 언급인지,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한 발언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현재 한국으로선 8월 1일 전에 협상을 끝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사진=AP/연합)
주요 반도체 수출국인 대만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32%의 관세를 부과받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최선의 관세율"을 제시했다. 대만 측은 관세율이 15%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일본의 5500억달러 대미투자 이후 대만에게도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최상의 결과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이 자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의 공식 교류를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남미를 순방하는 과정에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겠다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요청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한국처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DBS은행의 마 티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반도체 관세에 따른 비용을 미국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라이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관세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에 집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어떤 내용에 동의할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열린 미-인도 정상회담(사진=로이터/연합)
인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인도에 20~25%의 관세가 부과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것 같다. 그들은 25%를 지불할 것"며 “인도는 좋은 친구였지만 사실상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관세를 (미국에) 부과해 왔다. 그러면 안된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가 20~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 이상의 상호관세율은 지금까지 협정을 맺은 국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웃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미국과 무역합의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19%로 낮췄다.
이러한 배경엔 인도가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가 무역협정 체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자국 시장 일부 개방에 강한 관심을 표명했고 우리는 그들과 계속 대화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그들의 의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추가로 협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약품에 대해서 무관세를 적용할 의향을 표명했지만 유제품과 자동차 부문을 광범위하게 개방하지 않고 미국산 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