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연합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그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국가 에너지 전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론,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 등 전반적인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서민물가와 연계돼 있어 표를 계산하는 정치권에서 이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후·에너지 전문가인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6일 본지에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 성공하려면,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단지와 수도권 대도시에 더 많은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생산지와 소비지 간 송전비용 차이를 반영한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RE100 산단 조성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은 거의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국에 송전망 및 배전망을 촘촘히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한전이 11차 장기송변전설치계획에 72조8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최근 1차 장기배전망설계획에도 10조2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여기에 RE100 산단 조성에도 수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두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은 100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운영사업자인 한전은 돈이 없다. 현재 한전의 부채총액은 207조원, 부채율도 480%에 이른다.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전단가가 크게 올랐지만,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 한전이 이를 다 떠안아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현재도 한전의 발전원별 정산단가 대비 요금 수준은 아직 정상화 단계에 부족한 수준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전의 발전원별 평균 정산단가는 kWh당 125.7원이다.
이에 비해 전기요금은 △아파트 주택용(고압) 105원 △교육용(갑/여름철) 123.6원 △일반용(갑/여름철/중간부하) 140.6원 △산업용1(갑/여름철)124.8원 △전기차 충전요금(사업자용/여름철/중간부하) 162.2원 등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인 RE100 산단 조성과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되려면 한전의 정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당인 민주당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요금이 오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져 보급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5월 16일 군산 유세에서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 당장 손대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생산지와 소비지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송전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지역의 가격이 같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전기요금은 서민물가와 연계돼 있어 표를 계산하는 정치권에서 이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전부터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과거 KBS 정치토론 프로그램에서 “민주당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했다"고 비판하며, “에너지 전환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솔직하게 설득하지 않으면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그간 정치권에서 금기시되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단가는 여전히 높고, 전력망 투자도 요금으로 충당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정치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실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론 '기후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요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