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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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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태양광 발전량 잠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9 10:36

미세먼지 오염 심하면 태양광 발전량 줄어
2015년 기준 국내 발전량 564GWh 감소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52%로 절반 넘어
국제 협력 통해 국경 넘는 대기오염 줄여야

신안군 태양광

▲태양광 발전 시설이 늘어나고 있으나 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지면 태양광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의 드론 사진./제공=신안군

겨울과 봄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국립지구관측센터와 중국 샤먼대·난창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한국의 태양광 발전 손실 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중국·일본 등의 상품·서비스 생산·교역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을 추산하고, 화학수송 모델을 통해 국경간 미세먼지의 이동을 추적했다. 또, 미세먼지로 인해 태양전지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추정했고, 태양광 패널의 설치 형태에 따른 발전 효율을 추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북아지역의 '태양에너지 생산량 격차'(solar energy yield gap, SEYG)를 계산했다. SEYG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과 미세먼지 영향을 제거했을 때 낼 수 있는 전력의 차이를 뜻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15년을 기준으로 동북아 3개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SEYG 규모가 연간 53.2 TWh(테라와트시, 1TWh=1000GWh)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다.




미세먼지는 하늘에 떠 있는 상태에서 태양에너지를 산란시키기도 하고, 태양광 패널에 내려앉아 발전 효율을 떨어뜨린다.


특히, 중국의 생산 활동에서 배출한 미세먼지가 국경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태양광 발전량을 잠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0.564TWh(564GWh)의 태양광 전력 생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7.2%는 국내에서 배출한 미세먼지 탓으로, 52.08%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세먼지 영향 각국 기여도

▲미세먼지 오염 각국 영향


일본발 오염의 영향은 0.88% 수준이었고, 나머지 29.84%는 동아시아 외부(미국·유럽·인도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국내 태양광 발전의 연간 손실량 564GWh는 국내 가구당 연간 3600kWh를 소비한다고 했을 때, 15만6600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중국의 경우 자체 영향이 60.36%였고, 한국의 영향은 0.21%에 불과했다.


연구를 이끈 야오 페이 박사(에든버러대)는 논문에서 “태양광 보급 효과를 온전히 살리려면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중국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은 연구팀이 상품과 서비스 생산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만 따졌고, 교통이나 건물 등에서 배출되는 양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번 연구는 2015년 상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지난 10년 동안 미세먼지 오염이 크게 개선된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발전량 손실 규모 자체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누적 태양광 설치 용량은 약 3.5GW였으며, 2025년 2월 현재는 7배가 넘는 26GW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편,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송두삼 교수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 '건물과 환경(Building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먼지 농도와 입자 크기에 따라 태양 복사에너지가 최대 50%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교수팀은 국내에서 직접 미세먼지와 태양광 발전량을 28개월간 측정했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태양 복사량이 최대 50%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태양빛을 산란시키는 능력이 커서 발전 효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충남에서는 태양 복사량(GHI)이 34.3%, 직사광선(DNI)은 무려 55.4%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DNI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송 교수팀도 논문에서 “태양광 보급만으로는 부족하고, 미세먼지 감축과 병행돼야 한다"면서 “중국·한국·일본이 공동으로 대기오염 저감에 협력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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