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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산업재해 멈춰”…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안전일터 종합솔루션’ 제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9 09:00

■ 18일 최신 안전보호구·체험 등 산업안전 솔루션테크 공개

100㎏ 모형추 3~4m 추락실험서 안전블록 충격 감소 과시

한국 포함 日·中 동북아지역 제품 개발 ‘산업안전 첨단랩’

“쓰리엠 연구소 진출 29개국 중 국내시설 탑클래스 해당”

이경호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낙하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좌측)과 각종 안전 장비들. 사진=박규빈 기자

▲이경호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낙하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좌측)과 각종 안전 장비들.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에선 하루에 50명이 작업장에서 추락합니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매일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18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한국쓰리엠(3M)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이경호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업 안전의 암울한 현실을 이같이 직격했다.


이날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옥외주차장에선 100㎏ 무게의 모형추를 3~4m 상공에서 추락시키는 모습을 시연했다. 모형추가 낙하하면서 철제구조물에 연결된 기존 죔줄은 강한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고, 1t이 넘는 힘이 걸렸다.


반면에, 바로 옆에 전시돼 있던 한국3M의 개인용 안전블록을 이용한 시연에선 모형추의 낙하 순간 즉시 죔줄이 체결돼 추락물의 충격량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100㎏ 무게추의 낙하 시연은 짧은 순간의 계측수치를 보여주는 단순한 장비 비교가 아니었다. 그것은 '낮은 높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산업현장의 뼈아픈 현실이었고,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중 3분의 1이 추락 사고에 기인한다는 통계에서 보듯 안전장비의 유무에 따라 인명 및 상해 안전의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경호 수석연구원은 “국내 추락 사고의 절반 이상이 지상 5m 이하에서 발생하는데, 여전히 '2~3m의 비교적 낮은 고소(高所) 작업은 괜찮다'는 안전 불감증이 팽배해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쓰리엠이 도입한 청력 보존 프로그램에 따라 보호구를 착용한 모습(좌측)과 소음 측정값(우측). 사진=박규빈 기자

▲쓰리엠이 도입한 청력 보존 프로그램에 따라 보호구를 착용한 모습(좌측)과 소음 측정값(우측). 사진=박규빈 기자

이날 한국쓰리엠이 준비한 이번 '산업 안전 솔루션 테크 브리핑'은 산업안전사업팀(PSD)의 최신 보호구와 안전 체험을 종합적으로 선보인 자리였다.


현장에는 추락 방지 장치 외에도 △청력 보호구(이어 플러그)와 호흡 보호구 등 건설·제조 현장 전반에 쓰이는 장비들이 전시됐다. 한국쓰리엠 관계자들은 직접 실험 체험을 권유하며 제품의 보호 성능은 착용법 하나로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돼 '청력 보존 프로그램' 시행 대상 작업장 기준은 기존 8시간 90데시벨(dB)에서 85db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사업장들이 소음성 난청 예방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한국쓰리엠은 밀착도 검사 시스템을 통해 청력 보존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고 했고, 기자는 청력 보호구(이어 플러그) 착용실험 대상자가 됐다. 담당 연구원이 소음 발생 장비 앞에서 차음률을 측정해 줬다.


처음 아무런 교육 없이 귀에 꽂았을 땐 소음 차단 효과가 7dB 수준에 불과했지만 김성호 프로로부터 올바른 삽입법을 배우고 다시 착용하자 수치가 30dB까지 치솟았다. 겉으론 단순한 스펀지 폼 같았지만 정확한 착용이 난청 예방과 직결됨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한국쓰리엠의 이 시스템은 개인별 차음률(PAR, Personal Attenuation Rate)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각 작업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상영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부분의 현장 근로자가 귀마개를 절반의 성능도 못 쓰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착용 교육'과 '밀착도 검사'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는 '호흡 보호구의 선정·사용·관리에 관한 지침'에 최소 연 1회 이상 호흡성 밀착도 검사와 자가 점검 항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밀착 검사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규빈 기자가 3M의 안면 부여과식 방진 마스크 8977K를 착용한 후 비말 기밀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박규빈 기자가 3M의 안면 부여과식 방진 마스크 8977K를 착용한 후 비말 기밀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이와 관련한 호흡 보호구 체험도 이어졌다. 기자는 한국쓰리엠의 안면 부여과식 방진 마스크 8977K를 착용한 뒤 끈을 잡아당겨 밀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고, 하얀 포대 자루같은 밀착 검사 키트를 머리에 뒤집어 썼다. 직후 한국쓰리엠 직원은 설탕보다 수백배 단맛을 내는 사카린을 분무 형태로 뿌려 비말 기밀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무런 향도 나지 않아 완전 무결한 수준으로 후각과 미각 보호가 이뤄졌음은 마스크를 벗고 희석한 사카린을 입안에 뿌렸을 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현장 체험을 통해 '장비 하나 더 지급'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용 문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청력 보호구 하나, 안전 블록 하나 속에 근로자의 생명과 산업 안전의 본질이 숨어 있었다.


이런 철학에 기반한 제품들은 한국쓰리엠에서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제품 개발 담당을 맡은 이상훈 마케터(박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국쓰리엠이 미국 쓰리엠 본사로부터 출입 승인을 어렵사리 따낸 호흡기 연구실(Respiratory Lab)은 보안시설로 이날 취재진에 한정 개방됐다. 이 공간은 근로자들이 쓰는 호흡 보호구의 밀착도·흡기 저항 등을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곳이다.


김정민 한국쓰리엠 이사는 “이와 같은 연구 시설은 쓰리엠이 진출한 50개국 중 29개국에 있는데, 한국의 경우 개중에서도 탑 클래스에 든다"고 자부했다.


이 박사는 “사람 목숨이 달린 제품을 개발하다보니 정화통 한 개를 상품화 하는데까지 수만번의 테스트를 거치고, 대략 4~5년 소요된다"며 “각국 정부의 규제 수준이 달라 이를 맞추는 것도 과제"라고 전했다.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1층의 조형물.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 1층의 조형물. 사진=박규빈 기자

마지막으로 123년 역사를 지닌 장수 기업 쓰리엠의 혁신적인 49가지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살펴봤다.


사내 전시관 안내를 맡은 현사래 한국쓰리엠 연구원은 “쓰리엠은 연마제를 생산하기 위한 광산업으로 시작한 회사인 만큼 삼각형 모양의 '큐비트론'이라는 세라믹 연마 소재를 갖고 그라인더 날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낸다"며 “공정 속도 등 작업 효율성을 제고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노트북 화면에 붙이는 사생활 보호 필름의 소재인 '루버'도 볼 수 있었다. 격벽 모양의 세로 구조물이 들어있어 정면에서는 잘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가려주는 원리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신기했다.


요즘 도로 표지판은 안전 확보 차원에서 재귀 반사식 필름을 적용해 입사각이 어디든 밝게 빛난다. 휴대 전화의 플래쉬를 켜보니 시인성의 차이도 두드려졌다.


현대자동차 GV80을 구입해 분해한 곳도 있었는데, 신슐레이트(Thintulate) 소재의 부직포를 포함해 수십가지의 쓰리엠 제품이 차량 곳곳에 들어갔음 역시 확인했다. 전기 자동차의 푸른 반사식 번호판이 더욱 잘 보이도록 식별성을 높이고, 대형화 되는 추세인 차량 내 디스플레이는 차량 앞 유리에 반사되지 않도록 특수 필름을 적용함으로써 안전 확보를 기하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쓰리엠이 내세우는 차별화된 고객 가치 네 가지는 △심도 깊은 소재 과학 전문성 △대규모 생산 능력 △강력하고 상징적인 브랜드 △뛰어난 세계적 영향력이다. 실제로 한국쓰리엠 기술연구소에서 마주한 모든 것들은 단순한 제품 소개에 그치지 않고 최종사용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그 진심이 성능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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