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 6개월간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마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에 대해 논의했다. 안전보장은 미국과의 공조 속에 다양한 유럽국가들이 제공할 것"이라며 “모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회의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며 “장소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회담이 열리면 두 대통령과 나를 더한 3자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이날 회의가 “거의 4년간 지속되어온 전쟁을 (끝내기) 위한 매우 좋은 초기 단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JD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전쟁 두 당사국의 정상간 처음 열리는 회담이 된다.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헝가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다른 유럽 정상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2주 안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 세부 사항이 정해지는 데 몇 시간 걸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된 3자 회담은 3주 이내 열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불투명한 반응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회담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단의 급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상대의 제안을 거부할 때 직설적인 부정 대신 아이디어를 검토하겠다는 등의 불투명한 언변으로 일관해왔다.
푸틴 대통령 또한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의 양자 회담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을 하자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정상회담을 역제안하며 지난 5월 튀르키예를 직접 방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대표단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5월부터 3차에 걸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평화협상을 했으나 포로 교환과 전사자 유해 반환 외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척결해야 할 '나치 세력'의 우두머리로 간주해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단의 급이 높아져도 접점 없는 협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지난 17일 백악관에 도착한 후 몇 시간 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와 자포리자를 공격해 어린이 2명 포함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말로만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며 침공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도달한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길을 열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 협정을 원한다고 믿는다"면서도 “이 과정이 (푸틴 대통령의) 거부에 직면하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츠 총리도 “푸틴 대통령이 양자 정상회담에 참석할 용기가 있을지는 모른다"고 꼬집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지속의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양자 회담을 할 준비가 됐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 회담의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하면 러시아는 우리가 협상을 방해한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추가 협상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