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한상공회의소
한국 경제가 미국에 비해 역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제 전반에 녹아있는 규모별 차등규제로 성장할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0일 상의회관에서 '기업성장포럼' 발족 킥오프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현장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성장포럼을 발족시켜 규제는 보호중심에서 성장위주로, 지원은 나눠주기 식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미국은 20년 전만해도 시가총액 기준 엑슨모빌,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은행 등이 10대기업을 차지했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을 리드하는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MS를 제외하고 모두 바뀐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자산총액 기준으로 볼 때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HD현대, 농협이 10대그룹에 진입한 것 정도가 변화다.
상황이 이렇자 20년간 한국의 10대 수출품목도 반도체,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뀐 품목은 디스플레이, 정밀화학원료가 새로 들어가고 컴퓨터, 영상기기가 빠진 정도다.
박일준 부회장은 “정부에서도 규모별 차등규제 해소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정책성과를 위해 시행령·시행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한 조치부터 이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패권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군에 한해 금산분리, 동일인 규제 등을 예외 허용하는 방안도 대안"이라며 “기업규모가 아닌 산업별 특성에 따른 규제방식으로 정비하되 궁극적으로는 일정한 규제 원칙만 정하고 자율규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곽관훈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대기업으로 성장단계에 있는 중견기업은 재정적 지원보다는 규제완화 등 제도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며 “일정조건을 갖춘 우량 중견기업이 사업다각화를 추진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짚었다.
역진적 지원제도 정비방식에 대한 개선방향도 나왔다. 박일준 부회장은 “투자·고용 효과 측면에서 지역경제 기여 효과는 대기업이 크지만 현재 인센티브 구조는 역진적"이라며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입지보조금)돼 있거나 기업규모별로 차등 지원(설비투자보조금)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기회발전특구 관련 법안에도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은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부회장은 “기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을 '생존'에서 '스케일업'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될성부른 떡잎(기업)을 잘 선별해 물과 거름을 듬뿍 줘야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외부자금 출자한도(현행 40%) 확대로 성장성 있는 기업들에게 풍부한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규모별 차별규제 해소, 각종 금융·세제상 지원 차별 완화, 과도한 경제형벌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준 부회장은 “기업정책이 중소·중견기업 등 특정 기업군에 한정하는 '지원' 정책으로는 현 상황에 안주하려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도전과 혁신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소기업→중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성장의 전주기적 관점으로 긴 호흡의 '육성' 정책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