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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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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생산 25% 감축’에 석화업계 “액션플랜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20 16:30

정부, 최대 370만톤 감축 등 구조개편 최후통첩

선 자구노력-후 정부지원…무임승차기업은 배제

업계 “축소 공감…가이드라인 부재 골든타임 상실”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안.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안.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대수술에 들어간다.


나프타 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국내 전체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370만톤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선 이번 정부 계획에 통합·축소해야 하는 지 구체적인 그림을 기대했는데 세부적인 지원 알맹이가 빠졌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과잉 설비 감축·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 충격 최소화라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이같은 방향을 토대로 석유화학 기업이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재편안을 제출할 경우에만 정부가 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결합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선 자구노력, 후 정부지원' 원칙도 내놓았다. 다만,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지난 호황기에 설비 증설로 위기를 자초한 국내 석화업계가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며 “버티면 된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자율 협약식'에 참석한 석유화학기업 10개사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팅을 기반으로 설정한 감축 목표치(270만~370만t)를 수용해 NCC 설비 1470만t 중 18~25%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참여 석유화확기업은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이다.


업계는 여수·울산·대산 3대 석유화학 단지를 축으로 NCC 감축과 설비 통합 등 '빅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산의 롯데케미칼·HD현대 NCC 통합 △여수의 GS칼텍스-여천NCC 구조조정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편,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향에 맞춰 금융위원회는 21일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소집해 석유화학산업 금융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금융권이 보유한 석화업계 익스포저 규모는 30조원대로, 시중 은행 대출과 시장성 차입이 절반씩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석화업계·금융권·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인수·합병(M&A) 지원과 재무 구조 개선, 지역 고용 대책 등을 포함한 종합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 후유증이 상당했을 것이고, 조금 더 강한 의지가 담겼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다소 늦었지만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석유화학 설비. 사진=GS칼텍스 제공

▲석유화학 설비. 사진=GS칼텍스 제공

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과잉 설비 축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알맹이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업계가 원했던 건 지역별로 어떤 기업들이 어떻게 통합·축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었는데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해 기업들만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는 게 불만이라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석화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빠진 허망한 내용이다. 에틸렌 감축률 같은 추상적인 수치만 제시했을 뿐, 실제 기업들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고 설비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전혀 없다"며 실행력 결여를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수준의 보고서만 내면서 시간만 끌어 '골든 타임'을 상실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A씨는 “이미 8개월 이상 허비했는데, 지금처럼 구체성이 없는 대책이라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근로자 반발을 피하겠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에 정부가 보도자료에 핵심 내용을 담지 않고 있고, 결국 불편한 결정을 회피하며 상황만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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