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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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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방문 한화 필리조선소, ‘MASGA 거점’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26 16:35

오늘 필라델피아 현장 찾아…한·미 조선협력 추진 재확인

한화오션 인수 뒤 자동화·공정 고도화…美정부도 뒷받침

中 370척 vs 美 296척…동맹조달로 함대 격차 해소 기대

해외건조 제한·SHIPS 법안 병행…정치·노사 리스크 관건

한화 필리 조선소 현장.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 필리 조선소 현장.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 조선소를 26일(현지 시간) 찾는다.


한·미 관세 협상 합의를 이끈 주요 키포인트였던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프로젝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대통령의 주요 환담 주제로 올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방문은 필리 조선소가 MASGA 추진에서 갖는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띠라서, 조선업계는 이 대통령의 방문을 단순한 의전 일정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서 선박을 사고,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선박을 짓도록 하겠다"는 발언과 맞물린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상의 실질화 신호로 받아들인다.


현지 입지에 맞는 한국식 조선시스템 이식 '美공백 신속 해소' 추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국방교역통제국(DDTC) 1차 승인과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안 재발의, 백악관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 명령' 등 정책 드라이브가 뒷받침되는 반면, 번스-톨레프슨법과 정치·노사 변수라는 제약 속에서 '한국 제작 대형 모듈·블록 + 미국 최종 조립' 같은 혼합형 협력 모델의 실행 속도가 관건이다.


대서양 함대 작전 권역과 맞닿은 지정학적 입지에 한국식 공정·품질·관리 체계를 이식해 상선과 군함의 동시 증설이 필요한 미국의 조달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메울 수 있을지가 이번 방문의 핵심 포인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차 방미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오션 필리 조선소를 방문한다. 업계에서는 필리 조선소가 갖는 함의를 고려하면 이를 단순 기념 행사가 아닌 '한·미 조선·방산 협력 상징'을 공식화 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 여기서 우리 노동자를 활용해 선박을 만들게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 조선 역량을 미국에 접목하는 'MASGA'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인수하기 전 필리 조선소의 전경.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인수하기 전 필리 조선소의 전경. 사진=한화그룹 제공

2차대전 수행 美해군 상징적 기지…탈냉전 이후 민간조선소 전환, 작년까지 적자

필리 조선소는 1801년부터 1995년까지 존재했던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PNSY) 드라이독 4·5번 일대를 모체로 한다. 이곳은 미 해군이 2차 대전 때 53척을 건조했고, 1218척 수리를 수행한 상징적 기지였지만 미국과 소련 간 체제 경쟁을 하던 과거 냉전 시절 이후 규모가 자연스레 축소됐다.


노르웨이 크베르너(Kværner) 조선은 펜실베이니아주·필라델피아시·미 연방 정부와 투자·임대 합의를 체결해 옛 PNSY의 드라이 독 4·5 일대를 민간 상선 조선소로 재건했다. 2005년에는 아커(Aker)가 크베르너를 인수했고, 2015년에는 '필리 조선소'로 사명을 바꿨다.


필리 조선소는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과 컨테이너선 등 현지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다목적 훈련함(NSMV)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상선 뿐만 아니라 해양 풍력 설치선·관공선·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기록해 왔다.


이는 미국 항구 간 화물 및 승객 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 소유이며,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로 구성된 승무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연안무역법(상선법)(Merchant Marine Act of 1920) 제27조(존스법, Jones Act) 덕택이다.


그러나 2023년 필리 조선소는 순손실 6794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듬해까지도 손실과 현금 유출 부담이 컸다. 이에 이사회와 대주주는 한화그룹이 대형 조선·방산 역량과 투자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약 1억달러에 한화오션과·한화시스템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한화그룹 인수에 美정부도 긍정 평가…K-조선·방산 활성화도 기대

한화그룹은 인수 후 미국 내 상선 및 정부 프로젝트 기반을 확장하고, 자동화·공정 고도화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천명했다. 미 정부·의회의 조선 산업 재건 기조와도 맞물리며 '미국 내에서 만드는 한국식 조선'의 테스트베드라는 상징성이 커졌다.


실제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교역통제국(DDTC)의 승인이 1차에서 신속히 확정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화그룹의 필리 조선소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국 조선업과 방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방문하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 조선소 투자를 포함해 한미 조선 사업 협력 전반에 걸친 세부 투자 규모와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며 대화하는 모습. 서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며 대화하는 모습. 서진=연합뉴스

트럼프 '조선산업 재건 로드맵' 추진에 K-조선 투자·기술 시험대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중국을 견제하고 있어 해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선박 구매" 및 “한국 업체의 미국 내 건조 유도" 발언은 미국의 선박 조달 공백을 빠르게 메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해군·연안경비대 함정의 해외 건조를 막는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mendment)법의 제한도 여전하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 조선소 직접 발주(수입) △ 한국에서 대형 모듈·블록 제작 후 미국 최종 조립 △한국 기업의 미국 생산설비 투자 확대 같은 '혼합형' 초기 협력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의회 차원에서도 미국 조선산업 기반 복원을 위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안'이 재발의되는 등 제도 보완 논의가 병행되고 있어 정치·노사 반발과 법적 제약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미 국방부가 발간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2024년 기준 370척 이상을 보유해 2025년에는 395척, 2030년엔 435척 수준으로 늘 전망이다. 반면 미 해군은 2025년 1월 기준 296척을 운용 중이며, 30개년 함대 확충 계획상 2030년 이전에는 283척으로 일시 감소 후 점진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미 조선업의 민간 상선 건조 비중은 ㎖024년 기준 0.1%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격차는 상선·군함 동시 확충이 필요한 미국 입장에서 '외부(동맹) 조력'을 제도적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급가속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번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 조선소 방문은 미국 동부 대도시권과 대서양 함대 작전권역에 맞닿은 지정학적·산업적 거점에 한국 조선의 공정·관리·품질 체계를 이식하는 상징성을 재확인하는 자리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4월에 서명한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 명령(EO)을 통해 백악관 차원의 '조선산업 재건 로드맵'이 가동 중인 만큼, 한국 조선의 투자·기술이 실제 미국 생산 능력 확충으로 이어질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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