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된 무응력 양극재의 셀 성능을 일반 양극재의 셀 성능과 비교한 자료. 무응력 양극재의 높은 에너지밀도와 수명특성이 특징이다. (자료=한양대)
한양대학교(총장 이기정)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이차전지의 성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고망간 무응력 양극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에너지 분야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IF: 60.1)에 8월 26일 게재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고망간계 양극재는 낮은 충·방전 효율과 급격한 전압 강하, 가스 발생, 저조한 수명 등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선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 대 전이금속 비율을 1로 하고, 망간 함량을 45% 이상으로 조정한 새로운 양극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Li₂MnO₃ 구조가 발달하지 않아 기존의 기술적 제약을 넘어섰으며, 전량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국형 고망간 양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 개발된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의 4대 핵심 요소인 에너지밀도, 수명, 안전성, 가격 경쟁력을 모두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4.6V 이상의 고전위 충·방전 조건에서도 높은 수명을 유지하며, 나노 영역에서 리튬과 전이금속이 혼합된 준질서(QO) 구조가 형성돼 안정성을 갖춘다. 실제로 상용 하이니켈 NCM 양극재의 c축 상수 변화율이 약 6%에 달하는 반면, 이번 소재는 거의 변화가 없는 0%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 '무응력 양극재'로 불리고 있다. 또한 열폭주 시작 온도가 높아 전지 간 열전이 현상을 억제해 화재 위험을 현저히 줄였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크다. 중국산 저가격 인산철 양극재(LFP) 대비 중량당 에너지밀도가 40~65%, 부피당 에너지밀도가 120% 이상 높고, 하이니켈 NCM 대비 30~40%의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에너지당 가격 역시 LFP와 동등하거나 더 낮아 에너지밀도, 가격, 안정성 모든 면에서 LFP를 능가하는 유일한 소재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중국산 LFP의 강세를 돌파하고,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양국 교수(사진)는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와 함께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고성능·저가격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의 공동 개발이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인력양성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논문 'Zero-Strain Mn-Rich Layered Cathode for Sustainable and High-Energy Next-Generation Batteries'는 박건태 박사가 제1저자로, 선양국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