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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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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더니…9.7 대책 ‘실수요 자금조달’ 불확실성 키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0 10:13

지난 7일 규제, 은행권 본격 적용
최상위 신용자 위주…풍선효과 우려
장기적 전월세 인상·양극화 전망도
“실수요자 선별 등 금융통로 보완 필요”

아파트

▲주요 은행권이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새로운 대출 규제의 적용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면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정부가 지난 7일 새로운 대출규제 내용을 발표한 가운데 실수요자인 서민층 피해에 대한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곧장 적용한 규제로 인해 일선 대출 현장에서 혼란이 나타나면서 대출 수요자의 불편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9·7 규제 적용에…실수요자 “서민 금융통로 더 좁아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권이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새로운 규제의 적용에 들어갔다.


9·7 규제는 규제지역(강남 3구와 용산구) 담보인정비율(LTV) 40%로 하향,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 2억원 일원화를 골자로 한다. 매매·임대 사업자는 규제 지역 및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아예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재명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조절하고, 부동산 투기와 전세 대출 대란을 잡겠다는 취지 아래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 6·27대책 이후 두 달여 만에 나온 두 번째 규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실제 집을 구하는 실수요이자 서민의 금융통로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1주택자의 경우 신규 전세대출 한도가 많게는 1억원까지 감소해 자금조달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 지방일지라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대출 제한을 적용받는다.




서울지역 내 사업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자들 대출도 막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세입자의 전월세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다세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대출 제한이 전월세 인상이나 임대주택 공급 축소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특히 지난 6·27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까지 맞물리면서 대출이 사실상 최상위 신용자에게 몰리는 형국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 신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44.2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0점 높아진 수치로, 관련 통계가 처음 공개된 2023년 7월 이후 최고 점수다.


금융 사다리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제도권 내 다른 창구로 향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추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전보다 엄격한 심사를 적용 중이다. 신용점수 외에도 소득이나 직업 안정성, 다중채무 등을 평가하면서 대출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에 은행 대출이 어려운 차주들은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2금융권 역시 경기 불황 지속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와 건전성 관리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여력이 많지 않다. 대출 총량 규제와 내부 심사가 지금보다 강해질 경우 중저신용자를 보다 옥죄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비대면 신청 셧다운에 현장 '혼란'…“보완장치 필요"

대출.

▲아파트 거래 후 대출 시행까지 2~3개월 시차를 적용하면 4월과 5월 가계대출 증가가 예상된다.

주말 기습적인 규제 발표로 인해 재차 은행 비대면 신청 셧다운이 나타나자 일선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6·27 대책 당시에도 주말 직전 발표 후 곧장 적용으로 인해 전산시스템 반영에 따른 비대면 대출이 중단된 바 있다.


규제 시행 첫 날인 8일에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비대면 대출 신청 접수를 막았다. KB국민은행은 규제 해당 대출에 대해 대면과 비대면 채널 모두 신청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새로운 대책에 따라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지난 6·27 규제 당시와 비교하면 중단 기간이 길지 않지만, 수요자들이 일주일 가량 비대면 대출을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에 힘을 쏟겠다는 당국에서 잇따른 기습대책으로 소비자 불편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금융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부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거나 현금을 다량 보유하지 않은 청년이나 맞벌이 신혼부부가 피해를 볼 수 있단 평가다. 10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현금 여력 있다면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서민층은 수천만원 규모의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의 부자들에게 주택 소유 기회가 몰리게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 정책의 거시경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불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주택자산 지니계수는 이달 16.37%까지 치솟으며 불평등이 심화됐다.


금융권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동시에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공급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월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서민층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대출 규제도 무주택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실수요를 선별적으로 나눠 막힌 금융통로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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